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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 유럽여행 막바지, 별 볼 일 없었던 로마에서의 6일

Day 24
Naples – Metropark Napoli Centrale (Bus terminal)

Rome – Anagnina (Bus stop), The Yellow Hostel (호스텔), Colosseo, Palatino, Bocca della verita, Foro Romano, Circo Massimo, Altare della Patria, Campidoglio, Mercati di Traiano

Day 25~28
Rome – Vatican City, Ponte Sant’Angelo, Pantheon, Piazza Navona, Piazza di Siena, Piazza del Popolo, Piazza di Spagna, Fontana di Trevi

Day 29
Rome – Roma Termini, Aeroporto di Roma-Ciampino

Frankfurt am Main – Flughafen Frankfurt-Hahn, Frankfurt Hauptbahnhof, Romerberg, Eiserner Steg

Day 30
Frankfurt am Main – Frankfurt Airport

Shanghai – 上海浦东 国际机场

Seoul – 인천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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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나폴리에서 이틀동안 머무르며 폼페이나 소렌토 등 주변도시에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시기와 예산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3일간 나폴리에서만 머물렀다. 저번 글의 제목처럼, 나폴리의 치안 문제나 나폴리에서 시작하는 남부투어를 제외하면 나폴리 그 자체의 관광은 별 볼 일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듣고 그러한 계획을 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나폴리에서의 시간이 너무 재밌었던 것일까 아니면 한 도시에서 보내는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일까, 오히려 전부터 기대했던 로마에서의 6일은 그다지 기대치에 미치지는 못했다.

나폴리에서의 마지막 날, 날씨는 첫 날 나폴리에 도착했을 때처럼 햇살이 강했기에 3월 날씨라고는 전혀 믿기질 않았다.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할 때에는 캐리어나 가방에 공간이 없어 가져왔던 패딩은 입고 다녀야만 했기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나폴리 중앙역 옆에 있는 공영 주차장에서 로마로 가는 버스를 탔다.

로마까지는 버스를 타고 2시간이 걸렸는데, 가는 내내 스쳐갔던 창문 밖 풍경들과 맑은 날씨는 빠져드는 재미가 있었다. 북부에 비해 중부 이탈리아는 평지가 많기에 푸르른 논밭이 이어졌고, 고속도로 저 멀리에는 가끔씩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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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통해 이동을 할 때 가끔씩 도시에 따라 내려주는 곳이 시내와 가까울 수도, 아니면 도심과 멀리 떨어진 역 근처에 내려줄 수도 있다. 프라하의 경우에는 도시가 그렇게 큰 편도 아니고 프라하 중앙역 바로 옆에 위치한 버스 터미널이 종착역이었기에 버스에서 내린 후 호스텔까지 걸어갈 수 있었는데, 로마행 버스는 시내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지하철 A선의 마지막 역인 Anagnina라는 역에서 나를 내려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한 30여분을 가니 로마 중앙역(떼르미니)에 도착했는데, 중앙역 바로 밑쪽에는 차이나타운처럼 형성된 중국 상점과 한국 식자재 마트가 있었고, 위쪽에는 내가 묵을 호스텔을 포함해 여러 숙박시설들이 몰려 있어 관광지(특히 바티칸 시국)로 가는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것만 제외하면 중앙역 근처에서 지내는게 좋은 점이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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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에 내려서 먼저 미리 검색해둔 한국 식자재 마트를 가서 라면 몇 봉지와 햇반 1개를 산 후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러 갔는데, 일이 터질 뻔 했다. 유럽에서의 소매치기는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그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는 핸드폰을 손에 쥐거나 바지 주머니에 넣어 두곤 했었기에 소매치기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딱 이 때, 한 손에는 캐리어를 끌고 호스텔 문을 여느라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패딩 주머니 안에 넣어두었을 때 핸드폰이 뜯겼다. 내가 거추장스럽게 캐리어를 끌며 문을 여는 순간 뒤에 있던 남자가 문을 잡아주는 척 너무 가까이 붙었는데, 이 때 ‘소매치기 당했다’ 라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직감적으로 왼쪽 패딩 주머니를 확인했고, 핸드폰이 없어진걸 인지한 나는 바로 뒤에 있던 남자한테 ‘What the f…’까지 말이 나왔다. 핸드폰을 훔친 한 명과 뒤에 2인방으로 보이는 친구 한 명이 더 있었는데, 내가 눈치챈걸 지들도 알았는지 웃으면서 핸드폰을 돌려주고 니하오 하더니 지들 갈 길 가더라. 어이가 없어서 체크인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했더니 직원들도 그런 일들은 흔한지 별 대꾸도 안해줌.

어쨋든, 소매치기 당할 뻔한 일을 뒤로하고 위에 사진이 다섯 밤을 잤던 호스텔이다. 방 하나에 이층 침대가 두 개 밖에 없어 여유로웠는데, 첫 날에 나랑 같이 들어온 터키 남자 한 명이 내 위층에서 잤다는 걸 제외하면 그 후에 거의 2박 동안은 방 하나를 나 혼자 썼다. 아무래도 비수기라 사람들이 많이 안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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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핸드폰을 잃어버릴 뻔 했다. 예전이라면 모르겠지만, 요즘은 뭐 핸드폰으로 카드결제도 되니까 잃어버릴거면 차라리 지갑을 잃어버리지 핸드폰을 잃어버렸음 큰 일 날 뻔 했다.

짐을 푼 뒤에는 바로 밖에 나가려다가 오후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방금 전에 사온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조금 쉬다가 밖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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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만 로마, 아니 이탈리아에서 빠질 수 없는 콜로세움. 구글맵을 보고 언덕을 따라 걸어가다가 콜로세움이 딱 보이자 든 생각은 크기나 생김새의 대단함 보다는 항상 이미지로만 봤던 친숙한 무언가를 실제로 봤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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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다 보니 역시 사람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최소한 프라하에서는 혼자 구경다니는 배낭여행객들이라도 봤지, 여기서는 진짜 혼자다니는 사람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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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에서 바라본 콜로세움(위 사진)은 사진과 같이 우리가 사진으로 봐오던 완전한 4층의 경기장 모습이고, 반대쪽 공원에서 바라본 콜로세움(아래 사진)은 천년이 넘는 세월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위 사진보다는 콜로세움이라는 느낌이 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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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바로 옆에는 로마제국시절의 옛 터와 여러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포로 로마노가 있다. 사진에 티켓 오피스라는 글자가 보이듯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포로 로마노와 콜로세움 내부 입장을 묶어 놓은 티켓을 사곤 한다. 특히 여름철 성수기에는 티켓을 사도 사람들이 많아 콜로세움 내부 입장에만 몇시간이 걸린다는데, 내가 갔던 시간은 늦은 오후로 슬슬 해가 지는 때라 당일 입장은 마감된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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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로 로마노로 향하는 길은 철문으로 막혀 있었지만 무료로 팔라티노 언덕을 오를 수는 있었다. 원래 팔라티노 언덕의 일부는 사람들의 통행을 금지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마저도 가볼 수 있는 곳들은 한정적이었음. 위 사진은 언덕 위에 위치한 자그마한 성당으로 내부가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아담한 성당처럼 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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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티노 언덕인데, 위 사진은 닫혀 있는 철장 사이로 핸드폰을 넣어서 찍었음 ㅋㅋ 관광객에게 통제되는 구역이 아니라면 포로 로마노 티켓을 소지할 시 들어가볼 수 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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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이 끝난 팔라티노 언덕은 딱히 볼 것들이 없어 다시 콜로세움으로 내려온 뒤 팔라티노 언덕 아래 쪽에 위치한 키르쿠스 막시무스로 향했다. 콜로세움부터 시작해서 테베레 강까지 모두 걸어갈 만한 거리에 위치해 일단 하루 만에 꼭 가봐야 할 관광지는 다 가보겠다는 다짐이 있었지만, 사실은 이 날도 오후에 나왔지만 날씨가 꽤 더워 젤라또 집을 찾아보는 도중 평점이 높은 가게 하나가 키르쿠스 막시무스 근처에 있길래 동선이 딱 맞아 떨어졌다.

슬슬 여행 막바지로 다다르니 내가 한국부터 정해왔던 예산을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가 분명해졌는데, 로마에 와서 바로 들렸던 한국 식자재 마트에서 무려 4끼나 떼울 수 있는 라면 4봉지를 사왔기 때문에 예산이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먹고 싶은 것들은 일단 먹으러 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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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공원같아 보이는 이곳이 키르쿠스 막시무스다. 콜로세움이 검투사 시합을 보려고 만들어진 요즘 날의 돔 형식 축구 경기장과 비슷한 형태라면, 이곳 키르쿠스 막시무스 역시 경기장인데, 영화 ‘벤허’에 나왔던 그 전차경기장이다. 사실 나도 처음에 도착해서 텅 빈 잔디밭에 몇몇 사람들이 어슬렁 걸어다니는 것을 보고 뭐지.. 싶었는데 다시금 보니 타원 형태의 F1 경기장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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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시 내가 기대했던건 젤라또. 내가 평소에 돈을 아끼고자 하면서도 몇천원짜리 커피는 별로 안비싸다고 매일 사먹는 것처럼 (모아놓고 보면 많은데..), 한 접시에 10유로가 넘어가는 파스타나 피자들은 비싸다고 제껴두고 3유로짜리 젤라또는 비교적 싸보이길래 무작정 사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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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ateria ai Cerchi 라는 곳. 맛은… 지금보면 그냥 아이스크림 맛이고, 누가 이 젤라또 아니면 아맛나를 하나 사준다고 고르라고 말한다면 나는 아맛나를 선택할테지만(아맛나 좋아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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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라또를 먹으면서 테베레 강으로 향했다. 해가 지기 시작하던 시간이었는데 이상하게 피곤하더라도 새로운 도시에 온 첫 날에 가장 많이 돌아다니게 된다. 로마에서도 6일을 있었지만 첫 날과 둘째 날(바티칸 간 날), 거의 대부분을 돌아다니고 나머지는 어슬렁 거리며 공원이나 아이쇼핑이나 하러 다녔다.

테베레 강은 뭐랄까… 아래쪽 산책길을 보면 무서운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것도 보이고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나무들도 앙상한게 조금 무서운 느낌이 먼저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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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레 강을 슬쩍 보고 캄피돌리오 언덕으로 향했다. 역시 굉장히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인데 나는 잘 모르겠다. 대충 인터넷을 뒤져보니 미켈란젤로가 광장을 설계했고, 영어의 Capital이라는 단어가 이곳에서 유래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단다. 여기서 한 가지 팁. 로마에서 쇼핑이나 막 먹고싶은 것들을 먹고 다닐 사람들은 안그러겠지만, 나처럼 돈아끼면서 걸어다닐 사람들은 역사 공부를 벼락치기라도 해와야 지루하지 않겠다. 다른 도시들은 어느 한 곳에 얽힌 역사를 전혀 모르더라도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었는데, 로마는 공부를 해와야 더 재밌는건 고사하고 지루하지라도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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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silica di Santa Maria in Ara coeli라는 성당 앞에서 내려다본 시내.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오면 바로 옆에 되게 높은 계단이 있는데, 안그래도 호스텔로 돌아가려는 길이라 올라가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라왔다. 요 성당은 개인적으로 엄청 멋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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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내부의 모습. 천장의 사각형으로 된 패턴이 너무 정교했다. 이것도 역사를 알아야 알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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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도 말했지만 건축물보다는 자연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로마에서 좋았던건 다름아닌 나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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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요 나무였는데, 건물에서 비춰오는 은은한 주황빛 조명과 밤인데도 꽤 밝아 잘 보이는 하늘의 구름들의 분위기가 정말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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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와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베네치아 광장 앞 조국의 제단. 오후 7시까진가 건물 안 전망대에 입장이 가능하고, 입장이 끝나는 7시 전 1시간, 즉 6시에서 7시 까지는 무료로도 입장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딱 도착했던 시간대가 7시 5분 후라 들어가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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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근처의 호스텔로 돌아오면서 다시 지나간 밤의 콜로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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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까지는 여행 막바지 스퍼트를 발휘해 열심히 돌아다녔다. 나폴리에서는 2박3일이라는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돈을 아끼기 위해 몇십끼를 빵으로 떼우는 여행컨셉에 입장료나 관람료로 몇만원씩을 쓰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 유명한 폼페이를 가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런던에서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참 감사하게도 모두 무료였기에 별 관심이 없었어도 한 번은 꼭 가봤던 것이다. 어쨋든, 그렇게 무료입장만 고집하던 일정 막바지에 로마에서는 입장료를 낸다는 바티칸을 그렇다고 안가볼 수는 없었다.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바티칸 안에서 파는 축성된 성물을 사고 싶었다.

특히 날씨가 우중충했던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바티칸을 향해 출발했던 까닭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일요일에는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님이 미사를 진행하시고, 미사가 끝난 후에는 바티칸 광장에서 사람들에게 연설을 하시기 때문이다 (물론 이탈리아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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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텔이 위치한 로마 중앙역에서 테베레 강 서쪽 편에 위치한 바티칸 시국까지는 걸어서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데 로마의 대중교통은 소매치기가 빈번하기로 유명하고 1.5L짜리 물 두 병은 살 수 있는 돈을 낭비하긴 싫었다 (거지근성..). 미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되기에 이상적으로는 9시 이전에 호스텔에서 출발했어야 하지만 씻고 준비하는데 꼼지락 거려서 바티칸에 도착했을 때는 10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위 사진은 바티칸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성천사의 다리다. 프라하의 꺄를교처럼 다리의 양 옆에는 동상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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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보이는 넓은 광장을 애워싼 둥그런 기둥들이 바티칸의 국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입장하기 위해서는 두 단계의 검사를 진행하는데, 먼저 성 베드로 성당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의 왼쪽에서 일차적으로 보안관들이 소지품을 대략적으로 검사한다. 입장 시 금지되는 물품이 몇 가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나게 큰 용량의 백팩은 안된다는 것 (당연히 케리어도 금지일듯), 그리고 식수는 가지고 들어가도 되지만 도시락 등의 음식물 반입은 안된다는 것이다. 백팩을 들고갈 수 없다는 말에 전날부터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가 맸던 15인치 노트북이 들어갈 정도의 노트북 가방은 허용되었고, 완전한 조리식품이 아닌 간단한 간식류(나는 빵 몇 개)는 허용이 되었다.

첫번째 게이트에서 단순한 검사를 한 후 옆 쪽으로 이동해 각 기둥 사이마다 설치된 탐지기를 통과했다. 공항에서 보는 탐지기랑 똑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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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막 시작된 시간 쯤에는 사람들이 그리 많아보이진 않았다. 베드로 성당 앞에는 무슨 이벤트를 준비하는듯 하게 의자들이 깔려 있었고 입장줄을 따라 베드로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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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성당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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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를 터트리지 않는다면 성당 내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허용되지만, 당시에는 안쪽에서 미사가 진행중이였고, 관광객들의 방해를 금지하기 위해 멀찍이 쳐놓은 나무 게이트 뒤에서 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미사를 드리러 온 신자들에 한에서 나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 입석으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경비 아저씨는 안에 들어간 후에는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경고를 한 뒤에 우리들을 들여보내주었다.

들어간 후에도 미사가 진행되는 저 안쪽까지는 잘 보이지 않았기에 겨우 까치발을 들은 후에야 희미하게나마 미사의 진행을 볼 수 있었다. 베드로 성당은 예상대로 정말 컸고, 신부님께서 마이크를 차고 이탈리아어로 미사를 드리시기에 성당 전체에 소리가 울리기도 했지만 끊임 없는 관광객의 인파를 비롯해 은근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1시간 30분이 약간 넘는 미사가 진행되었다. 그마저도 입석으로 입장한 몇몇 사람들은 하나둘씩 핸드폰을 높게 들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댔는데 정말 눈살이 찌뿌려졌음..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 전에도 영어로 미사를 드린 적이 여러번 있었기에 외국 미사에 익숙해져 있었고 지루하진 않았다. 후반부에 모금함에 돈도 내고 성령도 모시러 나갔는데, 늦게 일어났지만 어찌됐건 미사에 참여해봤으니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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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가 끝난 뒤, 베드로 성당에서 나가니 오전에는 볼 수 없었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12시에 시작되는 교황님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두가 모여있었다. 12시가 되니 저 멀찍이 집무실 창문에서 모습을 드러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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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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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러본 뒤 원래는 바티칸 시국 안에 있는 성물 가게에서 묵주나 반지를 구매해보려고 했으나 일요일이라 몇몇 성물 가게가 문을 닫은 것은 둘째치고 바티칸 박물관마저 휴관일이었다. 두리번 거리던 중에 한 쪽 구석에서 한국인 수녀님을 만나뵐 수 있었는데, 바티칸 안에서 사면 비싸기만 비싸지 별 차이가 없다고 하셔서 바티칸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가게에 들어가 유명하다는 장미묵주를 3개 사고, (15유로였나 20유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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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찰 묵주반지 하나를 구매했다. 요건 18K 금반지로 가격은 한 200유로 초반이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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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에서 나온 뒤 주변을 둘러보다가 다시 강을 건너 로마 북부에 쇼핑 거리로 유명한 스페인 광장으로 왔다. 돈을 아끼려고 온 여행이었는데 마지막이 되니 뽐뿌가;;

어쨋든 스페인 광장은 저 폯이 넓은 계단과 바로 앞에 분수가 유명하다. 메인 도로와 그 주변 일대가 명품 샵들로 가득하고 주변에 백화점도 있어 로마에서 가장 유명한 쇼핑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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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날. 이틀동안 로마의 유명한 곳들은 돌아봤기 때문에 이 날은 중심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둘째 날과 달리 날씨는 좋았고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이 더 많았다. 처음으로 갔던 곳은 트레비 분수. 정말 깨끗해보이는 에메랄드 색의 커다란 분수가 도심 한 가운데 있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사람들은 정말 많았는데 옆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색의 분수와 바글바글한 사람들의 대치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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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3이라는 숫자를 정말 좋아한다.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로마에도 ‘유명한 젤라또 맛집’ 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3대 젤라또 맛집이 있었는데, 그 중 한 군데가 트레비 분수 근처에 위치한 ‘지올리띠’라는 곳이었다. 첫날과 마찬가지로 쨍한 날씨에 아이스크림이 땡겨 찾아갔는데, 확실히 사람들은 많았고 조금 기다린 끝에 가장 무난하다는 쌀맛(리소)과 쵸콜릿 맛을 주문했다. 맛은 쏘쏘.. 사람들이 호불호가 갈리는 이유를 알겠다. 수제 젤라또라 다른 곳에서 먹기 힘들다는 의견 vs 요즘은 프렌차이즈로 한국에도 똑같은 브랜드가 많이 들어와 있고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비싼 가격이라는 의견. 확실히 지역 특산물로 미루어볼 때 나폴리의 나폴리 피자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약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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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근처에 위치한 판테온. 고대 로마 때 지어진 신전으로 신들을 위한 제단이다. 처음에는 정말 긴 줄이 있길래 당황했는데, 단체 관광객이었고 줄이 길더라도 5분만 서 있으면 금방 빠져나간다. 입장이 무료고 안에는 별로 볼 게 없어 순환률이 빠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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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벽에는 역사적 지식 혹은 가이드가 있어야 흥미로울 듯한 각종 그림과 글귀들이 가득하고, 천장을 보면 유명한 돔 형태의 지붕과 땡그란 구멍이 보인다. 이 날은 아이쇼핑 겸 엄마 선물사주겠다고 나보나 광장을 지나 저 안쪽에 가죽 공방 가게들을 쭉 돌아다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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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번째 날. 블로그도 쓰고 책 좀 읽으려고 스타벅스를 찾아 나섰는데 이탈리아는 스타벅스가 없댄다; 그런 김에 이탈리아 하면 커피라는게 떠올라서 평점이 나쁘지 않은 카페를 찾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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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고팠기에 쵸코 바나나 머핀을 주문하면서 궁합이 잘 맞는 라떼를 시킬까, 아니면 여기까지 왔으니 역시 에스프레소를 시켜볼까 고민하다가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일듯한 에스프레소를 시켜보았다. 가격은 정말 쌌는데, 저 한 컵이 한 1,000원 정도? 한국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도 한 3~4천원 하는 걸로 알고 있음 (사실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긴 함).

맛은… 일단 멋지게 사진 한 방 찍고 잘못해서 원샷했다가는 저 머핀이랑 먹을 음료가 부족해지기에 살짝 맛만 보았는데 정말 괜찮았다. 원래 아메리카노의 쓴 맛을 좋아하는데, 이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 커피의 자부심을 느낄 만 한 맛이었다. 맛알못인 나도 ‘아메리카노=쓴 맛’ 이었는데, 저거는 정말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났음. 맛은 좋았는데 역시나 머핀하고는 별로 안울렸다. 머핀은 라떼. 에스프레소는 딱 한 잔 시켜서 들이키고 나가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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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는 거의 다 둘러봤기에 커피를 마시고 중앙역 북쪽에 있는 보르게세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중간에는 시에나 광장이라는 거대한 광장과 심지어 영화관도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데, 더 좋았던건 맑은 날씨와 내가 좋아했던 나무들이 그득했다는거.. ㅎ 이 날은 여기서 블로그 좀 쓰고 책도 좀 읽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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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망의 마지막 날. 저렴한 비행기 표를 찾느라 시간 배분이 애매해 로마에서 6일을 보낸 것도 있지만, 솔직히 로마하면 다른 도시들보다 역사도 오래되고 볼 것도 많다고 떠오르기에 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흠.. 근데 사람들이 로마에는 한 2~3일 머물고 피렌체나 다른 소도시를 선호하는지 알겠음. 어쨋든, 마지막 날은 지금까지 맞춰왔던 예산과 별개로 스페인 광장 근처에 가서 쇼핑이나 좀 해보기로 했다. 27일을 거지처럼 살았더니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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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명품류는 모르겠고 옷이나 한 벌 사가려고 로마 스톤 아일랜드 매장에 가봤다. 이탈리아는 봄, 가을 세일을 주로 하기에 (아마도 새로운 SS/FW시즌이 시작되기 전?) 시기만 맞았으면 30퍼 할인을 받을 수 있었겠으나 세일이 막 끝나고 도착해 그냥 정가에나 살 수 있었다. 그래도 택스리펀을 받으니 한국보다 반 까지는 아니고 40퍼 정도는 저렴한듯. 저 맨투맨을 사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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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난한 이 후드집업을 사왔다. 스톤 아일랜드는 갬성도 있지만 재질이 좋아서 굳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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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구 지갑은 한국 블로거 사이에서 유명하지만 가보니 일본인들이 많았던 어느 가죽 공방에서 사왔다. 신기하게도 로마에서 머무는 내내 일본인들이 진짜 많았음. 어쨋든, 가죽 퀄도 좋았고 저렇게 이니셜도 박아주는데 가격이 6만원 정도 했던듯. 처음에는 명품 지갑을 사볼까 하며 알아봤다가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사실 있었는데 느므 비쌌음) 구매했는데 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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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건 한 달간 돌아다니느라 꼬질꼬질해진 신발과 함께 착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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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떠나는 6일차, 비행기 시간은 여유로운 12시 언저리였고 체크아웃 마감 시간인 오전 10시에 아슬아슬하게 공항으로 출발했다. 로마에는 피우미치노, 참피노 공항 총 2개의 공항이 있는데 피우미치노는 주로 국제선, 참피노는 국내 혹은 유럽 근교 노선을 운항한다. 나는 참피노 공항으로 갔는데 공항이 죙…말 쪼금했음. 그동안 라이언에어를 3번 연속 아침 6시..7시 즈음에 타다가 12시에 타니 정말 감회가 새로웠음. 평화로움 그 자체..

참고로 참피노 공항까지는 시내에서 (아마 로마 중앙역) 셔틀버스를 운행하는데 거리가 꽤 멀어 가는 시간이 50분~1시간 가량이 걸린다. 한 번에 가니 편하기는 한데 시간이 좀 걸리고 가격도 한 6~7천원 대로 안다. 나는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참피노 역으로 이동한 뒤 참피노 역 바로 앞에서 공항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고 갔는데, 총 30분 정도 가격은 3천원 정도밖에 안들었음. 지도에서 보면 참피노 역에서 공항까지 금방 걸어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도 그렇게 생각했음) 공항 입구는 반대쪽이라;; 무조건 버스를 타고 반바퀴를 빙 돌아가야 한다. 현장에서 티켓 구매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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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로 떠나는 비행기. 근데 내가 낚인게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으로 안가고 프랑크푸르트 한 공항으로 간다. 젠장… 이게 사람들이 많이 당하는게 큰 도시는 공항이 보통 두개씩 있다보니 가끔씩 헷갈리기 마련인데, 다른 도시의 경우 국제선 공항이나 국내&유럽권역 공항이나 시내로의 거리가 그리 차이나지 않기 때문에 어짜피 시내로 갈거면 별로 상관이 없다. 근데 프랑크푸르트는 좀 사정이 다름..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이 시내에서 전철타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공항이고 프랑크푸르트 한공항은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부터 103km나 떨어져 있다. 이게 얼마나 먼 거냐면 서울역에서 청주공항까지의 거리가 103km다. 청주공항을 서울공항이라 부르는 셈. 심지어 프랑크푸르트보다 룩셈부르크까지의 거리가 더 가깝다 (9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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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약한거니 어쩔 수 없어 그나마 미리 공항버스를 예약해뒀다. 프랑크푸르트 한공항에서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을 거쳐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가는 버스. 난 어짜피 다음 날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기에 국제공항에서 내릴 수도 있었으나 맨 첫날에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을 때도 시내 구경은 못해봤기에 몇 시간 동안이라도 시내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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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역시나 보이는 친숙한 Hauptban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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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역 근처는 아시아계 음식점도 많고 깔끔한 듯 보였으나, 대충 시내를 둘러보고 공항에 가기 위해 밤에 다시 중앙역으로 돌아왔을 때는 소문난 그대로 꽤 위험해 보였다. 2명~다수의 흑인 혹은 이민자 무리들이 깽판치고 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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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서 유명한 유로 동상. 바로 옆에 유로 타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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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독일?스러운 고층빌딩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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뢰머광장에 도착했다. 관광으로 별로 유명하지 않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유일하게?.. 볼 만한 목조주택들. 여기서 사진을 찍다가 어떤 한국인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박정희 정권 시절 독일에 파견된 간호사분들 중 한분이셨다. 심심치 않게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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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예산 술술 털어 햄버거로 저녁을 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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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푸석푸석 오는 밤에 마인 강을 건너 반대 편의 야경을 보며 중앙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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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여기서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으로 가는 티켓을 끊고 지하 플랫폼으로 내려가 S-Banh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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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쯤. 상하이로 떠나는 비행기가 그 다음날 오후 1시35분이었기에 24시간+를 공항에서 버텨야 하는 상황. 원래는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둘러보고 숙소에서 1박을 하려고 했으나 프랑크푸르트의 숙박비는 정말로 장난이 없었다. 주로 비즈니스차 방문하고 관광도시는 아니라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는 없는듯. 어쨋든, 잘 한 선택이었던게 그 전에 밤을 새봤던 다른 공항들과는 다르게 시설이 잘 되어있었고, 사실 시내에서도 볼 것들은 딱히 없었기에 숙소를 구했으면 정말 돈이 아까울 뻔 했음.

블로그 좀 쓰다가.. 넷플릭스도 좀 보다가.. 잠은 못자고 겨우 아침까지 버틴 후 갔던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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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ㅎㅎ 맥모닝과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미리 생각해뒀던 샤워를 하러 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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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허브공항에는 대부분 샤워시설이 있는 것 같은데, 한국에 돌아오기 전 마지막 날을 공항에서 폐인처럼 노숙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그나마 샤워시설이 있어서였다. 꽤 넓직한 개인 샤워실에 (세면대, 변기, 샤워대 등등 포함) 단돈 5유로. 제한시간이 30분이었는데 괜히 천천히 씻다가 오버할뻔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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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면세점에 들어간 후 게이트 앞에서 짐 검사를 하는지라 여유를 부리다가 큰 일 날 뻔했다. 나는 줄 서있는게 싫어서 출발시간 15분~20분 전에 슬슬 탑승하곤 하는데, 공항 직원들이 차암… 일처리를 늦게해서 출발시간을 지나서 탑승했다. 어쨋든 비행기를 놓치지는 않았고 상하이 경유해서 한국까지 잘 왔습니다~

Ep.8까지 여행기 끝!
다음 포스트는 한 달 여행 총정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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