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별 거 아님

Episode 10. 창업 대회 그리고 특허 출원

국방부 창업 경진대회 예선 탈락

크게 기억에 남았던 게 없었던 한 달. 이대로만 하면서 남은 군 생활을 끝내면 좋을 것만 같은, 크게 머리 아픈 고민이나 골칫거리가 없던 한 달이었다. 사실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긴 했지만, 요즘 이상하게도 계속 전역 후에 대한 계획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서 그런지 현재 일어나는 일에는 무감각해졌다.

저번 달 블로그 에피소드를 쓴 이후로, 나는 부대에서 코로나에 걸렸고, 그 때문에 2주 간 중대에서 격리하느라 준비하고 있었던 국방부 창업 경진대회와 성당에서 받을 예정이었던 견진성사에 조금 차질이 생겼었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 여차저차 끝냈지만, 가장 기대가 컸던 국방부 창업 경진대회에서 예선 탈락이라는, 기존 계획에서 일종의 오류가 있었다. 다른 대안이 없었다면 지난 2월부터 준비해온 셀팜이라는 아이템과 우리 팀은 이대로 끝일 뻔했다.

앞서,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 창의상은 받았지만 순위권에 못 들었던 관계로 아쉬워했던 나는, 다른 대회들을 찾아다니다가 보건복지부에서 주최하는 2022 보건의료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경진대회를 발견했다. 결정적으로 개인의 건강기록이라는 빅데이터를 이용하며, 우리가 계획한 서비스에서 다양한 보건의료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할 가능성이 많았기에 바로 지원했었다. 그리고 다행이게도, 국방부 창업 경진대회의 예선 탈락을 받았던 즈음, 이 보건복지부 대회에서는 본선에 올라갔다는 연락을 받아 슬픔이 어느 정도 상쇄되는 기분이었다.

보건복지부 창업 대회

이미 군대에서 창업 대회를 준비하면서 발전시켜온 자료들이 있었기에 예선용 사업계획서와 발표자료를 준비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본선 발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위치한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진행됐다. 우리는 두 번째 순서로, 아직 군대에 남아 있는 팀원 2명(나 포함)과 막 전역한 팀원 두 명이 현장 발표에 참가했다. 개발을 맡은 팀원은 코로나에 걸려 아쉽게 불참했다. 15분 발표, 15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육군 창업 대회에서 우리 팀은 자신이 맡은 파트를 각각 발표했던 것과 달리(5분밖에 안됐는데 그걸 3명이서 나눴다는게 다시 생각하니 신기하다), 이번 발표는 팀장 한 명이 맡았다. 팀장이 한국말이 서투른 탓에 나도 덩달아 긴장했지만, 발표는 정해진 시간 내에 완벽하게 마쳤고, 이어지는 질의응답 역시 예상범위 내의 질문들만 들어왔다. 기술 부분의 일반적인 질문, 사업성 부분의 발전 방향, 그리고 저번 육군 창업 대회에서 가장 큰 패착으로 생각했던, 예상치 못한 ‘법률’ 부분 질문에 대해서도 매끈하게 답했다. 특히, 군복(국방부 근무복)을 입은 나와, 참가신청서에 써 있던 4명의 육군 소속을 흥미롭게 봐주신 건지 창업 배경에 대해 질문하셨다. 팀장이 매일 2시간 ‘짬’ 시간에 열정적으로 준비했다고 재치 있게 답변하는 등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았다.

오늘 막 발표가 끝나서 아직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저번 육군 대회에서는 발표 후 너무 예상치 못한 질문이 들어오고 답변도 제대로 못해서 아쉬운 기억밖에 없던 것과 달리 이번 경우에는 후련했다. 준비한 것들을 다 쏟아낸 기분이다.

특허 출원 준비

다른 대안 중 하나로 우리 팀은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대회를 준비한 초창기부터 (일종의 부풀리기로) 올해 중 알고리즘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겠다고 작성했었다. 이걸 진짜로 할 줄은 몰랐는데 팀장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이제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특허 사무소 3군데 정도에 상담을 받았고, 그 중에서 가장 좋아 보이는 곳과 2차례 정도 더 정보와 추가 자료를 주고받은 끝에, 실제 역삼 사무실에서 미팅을 가졌다. 나도 외출을 허락 받아 미팅에 들어갔는데, 사실 별건 없어서 대단한 경험이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나 나름 신기한 경험이긴 했다. 특허 개발을 담당한 개발 쪽 팀원이 있어 전문적인 분야까지는 내가 개입하지 않았으나, 내가 특허 도안이라도 만들었고 특허 상담 중 내 의견이 하나라도 들어갔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결론적으로 계약을 완료했고, 8월 중으로는 변리사 분이 작업을 완료하셔서 특허 출원을 진행할 것 같다. 출원에서 등록까지 1년 정도 걸리는 걸 고려할 때, 만약에 군대에서 일종의 프로젝트로 시작한 셀팜과 우리 팀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내가 전역할 때쯤 특허 등록과 함께 다시 팀이 모이지 않을까.

다음 달까지 갈 길

국방부 대회 예선 탈락이라는 실패가 있었지만 나름 계획한 바를 이루었던 6-7월이었다. 기분 좋게 지난 6개월 동안 준비했던 창업 프로젝트가 종착역에 다다른 느낌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종착역이 아니라 군대 제대 전까지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크게 기대하진 않는다. 적어도 이 셀팜이라는 아이템 그 자체는. 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다고 하지 않나. 일단 서로 각자의 길을 갈 우리 팀원들에게 미래의 희망을 걸어본다. 다시 서로 재밌게 뭉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CFA 자격증을 본격적으로 준비한다. 11월까지 재미 없는(지금까지의 군 생활에 비해서는)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 공부에 늦바람이 난 것처럼 준비해보려고 한다. 사실 남들 다 해본 입시도 안 해봐서 그런지 정말 스트레스 받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 앞서 요즘에 전역 후 계획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는데, CFA를 준비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고민 중 하나다. 해외 취업, 전략 컨설팅, 금융권 등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고 있다. ‘군대’ 이후에 ‘취업’ 이라는 일종의 새로운 인생 관문을 통과하려는 시작점이다. 이제부터 연말까지는 시간 그리고 내 자신과의 싸움일 것 같다. 그럼 다음 에피소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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