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별 거 아님

Vol. 9 군대 1년 남은 이 시점

창업대회 그 이후

우리 팀이 준비한 창업 아이템 셀팜은 아쉽게도 창의상에 그쳤다.
패배 요인은 여러가지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아이템 그 자체다.
같이 창업대회를 준비했고 처음 이 아이템을 가져다준 팀장의 생각은 우리가 본선 5분간의 질의응답에서 완벽함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지만, 나는 나 그리고 우리 모두가 창업대회의 본질을 읽지 못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깨달은 창업대회의 본질은 애초에 아이템을 구현할 때 trade-off가 발생하지 않은, 완벽의 가까운 아이디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아이템을 어떻게 구현할지 알아보고 시장의 경쟁업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창업자인 우리가 ‘어…?’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이미 수가 틀렸기 마련이라는 얘기다. 하물며 우리 자신도 아이템의 방향성이 애매해서 계속 빙 둘러가기만 하는데, 50개 팀을 심사하는 심사위원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눈에 선명하다. 아쉽지만 조금 더 완벽한 아이디어를 찾았어야 했다.

창업대회에 제출한 아이템 ‘셀팜’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영양보조제나 자양강장제 등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있어서 과학적인 가이드라인 하에 내 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고 위험할 수 있는 과잉/혼합 섭취를 방지해주는 서비스다. 분명한 시장과 소비자, 수익모델, 구현 가능한 기술 사용 및 팀원들의 역량도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 입상하지 못한 이유는 위에 서술했듯 우리가 너무 많은 타협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야 과도한 시장조사와 위험회피는 주로 득이 되는 경우가 많겠지만, 아이템 자체의 독특함과 매력에 집중하기보다 과도하리만큼 경쟁업체의 디테일이나 비전공자가 알기 힘든 기술구현방안에 치중했던 것 같다. 일단 처음에 경쟁업체가 많은 분야 및 서비스를 선택했다는 점. 그리고 그 점이 계속해서 우리를 경쟁업체나 현실과 타협하게 했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새로운 스타트업을 만든다기보다 기존 업체에게 컨설팅을 해준다는 느낌으로 변질됐다. 다른 팀원들은 어떨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결과가 발표된 지금, 지난 3달을 복기해보는 내 생각은 그렇다.

결론적으로, 아쉽지만 아쉽진 않다. 지난 3달 동안 배우고, 깨닫고, 얻어간게 아주 많았다. 우선 신기하리만치, 조금은 위태롭게 성격이 맞아 재밌고 열정적으로 대회를 준비했던 팀원들이 있다. 모두의 백그라운드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도 다르지만 창업대회로 뭉칠 수 있었고, 아직 끝난게 아닌 만큼 남은 군생활이나 그 이후에도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로, 비록 셀팜이 육군창업경진대회에는 입상하지 못했지만 그 상위 리그인 국방부창업경진대회에 진출했고, 우리 아이템과 유사도가 많은 보건복지부 주제 공공보건의료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업경진대회에도 지원했다. 만약 두 대회의 1차 예선이 붙으면 6, 7월은 다시 바쁘지만 재밌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세번째로, 셀팜 아이템의 연장선으로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 변리사무소 3~4곳 정도의 상담을 마치고 추가자료를 준비해 출원과정을 막 밟으려는 찰나로, 솔직히 말하면 지금 당장은 상징의 의미가 크긴 하다. 이번 대회에서 입상을 했어도 물론 특허 출원까지는 진행했을 것이지만, 입상을 못해 더더욱 안타까운 현재로서는 특허라는 타이틀, 그리고 추후 다른 창업대회 준비나 제대 이후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나 스스로가 창업에 대해 조금이라도 깨달은 점이 있다. 실제 창업이나 창업실패 경험과는 비교도 안되겠지만, 앞전 블로그 글들을 보면 입대한 후 약간은 갈피를 잃었던 나를 볼 수 있다. 졸업도 했겠다, 복무를 하면서도 어떻게든 나중을 위해 창업관련 활동을 해야겠다고 계획했는데, 육군창업경진대회와 군대에서 만난 팀원들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행운이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이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건강’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고 실제같은 창업 아이템을 준비하면서, 가장 크게는 창업 팀과 인간관계의 의미를, 좁게는 책으로만 공부했던 창업과정과 경영전략에 대해 알게모르게 배우고 깨달았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본선 진출과 창의상 수상을 통해 포상 10일 남짓을 받았다. 사실 군인이라면 이게 가장 크다. ㅋㅋ

우리 1년 더 한다.

얼마 전, 군 복무 남은 일수 1년이 깨졌다. 1/3을 했다는 뜻이고, 겨울을 한 번 더 지나고 여름이 다가올때가 되어야 사회에 나온다는 말이다. 6월은 창업대회가 끝나고(물론 아직 다른 대회 예선결과를 기다려야 하지만), 입대하고 나서부터 짬짬이 공부하던 중국어 시험을 곧 볼 예정이기에, 일종의 새로운 일상의 국면으로 바뀔 예정이다. 물론, 곧 상병이 되기에 조금 더 여유로워진다는 점도 있고. 봄 내내 고민하던게 CFA 시험이었다. 나보다 정확히 1년 먼저 들어온 선임이 내게 CFA를 추천해주기도 했었고, 주변에도 하는 사람이 많다. 물론, 입대하기 전에도 많은 옵션 중 하나로 CFA 시험을 고려했었다. 고민의 이유는 비용, 시간, 목적이다. 비용과 시간이야 나름의 상쇄안은 있다. 군대에서 적금 들어둔 것도 있고, 특히 시간이야 어짜피 군인이기 때문에 CFA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해봤자 언어공부 정도라 기회비용이 크지 않다. 사실상 줄곧 목적이 문제였다. 인터넷에만 봐도 CFA와 취업이점, CFA 진로 등 여러 고민들이 즐비하고, 시험이 쉽지 않기에 한 번 떨어지면 다시 볼지 다른 길로 갈지 선택이 애매해진다는 점 등.

나는 창업이 목표지만 전략컨설팅이나 리서치 쪽도 관심이 있다. CPA에 비해 CFA는 앞으로의 회사 운영과 전략적인 부분에 관여가 높다는 점이 내가 창업을 하고싶어 하는 이유와도 맞아 떨어진다. 어쨋든 그러해서 창업대회와 중국어 시험이 얼추 끝나는 6월 중순부터 CFA Level 1 공부를 시작해서 올해 11월 시험을 보고자 한다. 사실 저런 목적이야 고민은 고민이지만 이유는 끼워맞추기 나름이고, 군대 안(특히 우리 부대가 공부 시간이 널널해서)이라 앞으로 5개월의 시간 정도야 흔쾌히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게 크다. 오히려 시험에만 집중하면 시간도 빨리 갈 거 같고… 그래서 올해 겨울까지는 더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더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아직 진행중인 창업대회나 특허 건수도 있고 중간중간 훈련도 있어 나름 군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밌게 바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다음 달에 봅시다.

기본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