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별 거 아님

Vol. 7 육군창업경진대회 준비

어느덧 봄이 왔다. 군에 입대한지 4개월이 되간다. 내일 모레 춘분(3월21일)이 정확히 입대 4개월째다. 지난 한달은 ‘재미있었다’로 평가할 수 있겠다. 부대에서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게 없다. 매일이 비슷했고, 절대적인 개념에서 개인적인 시간은 많고도 많았지만 열심히 살았던건지 느껴지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주일에 7할은 집중만 한다면 하루에 10시간이고 나에게 투자할 수 있다. 나머지 3할도 잡다한 번역·통역 업무만 있을 뿐, 업무 자체가 몸이 피곤하지 않기에 에너지를 지적 활동에 오로지 쏟아부을 수 있다. 하지만 고백하건데, 지난 한달은 남는 에너지를 대부분 책을 읽는데 보냈던 것 같다. 가을도 아님에도 갑자기 문학 감수성이 피어오른건지 부대 내에 있는 고전 서적들을 읽었다.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못 쓰는 일과 시간때 중국어 공부보다 책을 읽었다면, 일과 이후에는 창업대회에 매진했다. 2월 초 무렵에 올라온 공고였는데, 매년 진행하는 육군창업경진대회였다. 4월 중순 마감되는 예선은 정해진 형식의 사업계획서로 심사하고, 5월 중순의 본선은 3~40여팀이 5분간 발표자료를 준비해 온라인으로 심사한다. 같은 부대에 작년 대회를 참가한 선임이 있어 알고는 있었지만, 올해 가을때나 시작될 것 같아 지금껏 창업준비활동으로는 매일 명목상 뉴스나 찾아봤었다. 그랬기에 이번 이른 창업대회는 내게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팀은 최대 인원인 5명으로 구성했다. 나와 선임 한명이 처음 관심을 가져 어떤 아이템으로 할지 구상하기 시작했고, 여러 시행착오 끝에 다른 선임이 갖고 있던 헬스케어와 관련된 아이디어가 채택됐다. 이렇게 3명에, 관련 기술을 구현해줄 기술자 역할의 선임 2명이 더 합류해 총 5명으로 구성된 팀을 만들었다.

나는 상당히 동기부여되어 있었다. 비록 내가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그 선임의 영양제에 관한 아이템은 나쁘지 않았고, 점차 시장조사와 서비스를 연구하다 보니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세상에 어느 누구도 생각치 못한 아이디어는 없고, 그렇기에 창업은 타이밍 싸움인 것처럼, 짧았던 지난 한달간에도 항상 승긍장구만 있진 않았다. 이미 부분적으로 비슷하게 서비스하는 다른 스타트업들이 있었고, 몇몇 팀원들 사이에서도 아이템의 시장성에 대한 의구심이 끊이질 않았다. 나와 그 아이디어를 처음 제공한 선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영양제를 꼬박꼬박 챙겨먹어본 적이 없는 팀원들이기에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머리를 쥐어짜낸 후 답이 찾아지는 순간에 희열은 말로 이룰 수 없고, 팀 리더로서 창업 아이템과 팀에 더욱 애착과 사명감이 생기는건 당연했다. 특히, 간간히 벌어지는 팀원들간의 의견불일치와 의구심은 단순히 “이 아이템이 과연 될까?”라는 목적 없는 힐난보다는, 그들도 나만큼 대회에 진심이기에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이다. 다들 어학병이다보니 학력과 지성도 사회에 혼자 나가서 만나기 쉽지 않은 수준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언제 이렇게 해보나”하는 시간에 대한 귀중함도 느꼈던 것 같다.

아직 할 일이 많지만 전반적으로 대회준비는 순항인 것 같다. 나는 사업성 파트를 맡아 왜 우리가 성공할 수 있으며, 어떻게 성공할 것인지를 주로 풀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 서비스에 대한 의견과 영양제 시장을 조사하기 위해 2~5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실시해 총 107명의 응답을 얻었다. 내 졸업논문을 쓸 때 조차 설문조사 응답을 모으는게 버거워 지인들을 총 동원하곤 했는데, 이 창업대회는 훗날 실제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와 상술했듯이 내 모든 열정을 털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일일히 응답을 모았다. 어머니 개인정보로 네이버에 가입해 전국에 있는 모든 맘카페란 맘카페에 설문조사를 다 돌렸다. 10일간은 매번 핸드폰을 받을 때나 사이버지식정보방 컴퓨터를 쓸 때면 설문조사를 뿌리는데만 집중했던 것 같다. 덕분에 굉장히 양질의 답변들이 모였고, 현재는 그 답변들을 토대로 잠재 고객 유형을 나누고 사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이 모든 과정이 재밌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에 제대 후에 대한 고민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5번째 글에서 썼던 것 같은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제대 후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들 – 아무거나 실제로 창업 해보기, 여행가기, 글쓰기 등등 – 을 최소 1~2년은 하리라고 다짐했었다. 훈련소에 만났던 형에게 영향을 받아 내린 생각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직 젊으니, 젊을 때 놀아라’지만, 단순한 생각보다는 여러 차례의 고심과 계산을 통해 내린 결론이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현실에 타협하게 되고, 맨날 이러이러한 아이템으로, 실패하겠더라도 창업을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5년, 10년 후에는 현실감각이 나를 덮쳐 ‘안정적인 삶’이라는 현실에 타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일종의 플랜 B와 C를 세우자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이러한 단계가 간접적으로 현실에 타협하는 것이라 생각해 무작정 직진만 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CFA, 학사편입, 석사, 전략컨설팅쪽 취업 준비 등 다양한 대안이 떠오른다. 하지만 중점은 이거다. 내가 가진 모든 달걀을 지금껏 한 바구니에서 여러 바구니로 나누어 담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진 모든 달걀은 ‘창업’이라는 한 바구니에 몰아놓되, 달걀을 더 사오든지 해서 다른 바구니에도 놓아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간단하게 내가 더 노력하면 된다. 지금 창업대회든, 향후 창업 준비든 창업에 할애하는 시간은 그대로 쓰되 잠을 덜 자거나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해서 남는 시간에 다른걸 준비하면 된다. 어렵겠지만, 그게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지난 한달은 굉장히 빠르게 지나갔다. 다음 달에 마감하는 대회준비와 여러 고민이 겹치다보니 다음 한달은 더 빨리 지나갈 것 같기도 하다. 지난 2주 정도를 돌아보면 내가 대학생활을 할 때도 이렇게 열심히 안하지 않았나 싶다. 대회 마감까지 다음 한달 간도 이러한 페이스를 잃지 않고 계속 열정적이게 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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