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별 거 아님

Vol. 6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군대서의 자기점검

군대에 온지 두 달 하고도 반이 지났다. 훈련소에서 읽은 철학 책에서 나온 역사적인 근면가이자 로마의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의 이야기가 점점 군 생활에 편해지는 내 자신에게 일침을 가해준다.

“··· 침대 밖으로 나갈 사명이 있다. ‘사명’이지 ‘의무’가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르다. 사명은 내부에서, 의무는 외부에서 온다. 사명감에서 나온 행동은 자신과 타인을 드높이기 위한 자발적 행동이다. 의무감에서 나온 행동은 부정적인 결과에서 스스로를, 오로지 스스로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P.36)

훈련소에서는 아침 6시 기상, 현재 복무하고 있는 자대에서는 아침 6시30분 기상이 원칙이다. 6시30분에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7시에 아침점호가 있기 때문이고, 8시30분에 출근을 해야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익숙한 인과관계가 아닌가? 사회에서 학교를 다닐 때나 일을 할 때도 비슷한 공식이 적용됐다. 그것은, ‘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혹은 ‘출근해서 돈을 벌기 위해’ 일어나야 하는 일종의 의무지, 나 자신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거대한 사명이 아니다. 얼핏보면 기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같다. 노동을 하기 위해 일어나는가, 아니면 일어나기 위해 노동이 있는가. 무엇이 먼저오던간에, 우리는 일어나야 한다. 죽기 싫으면.

유명한 자기계발서나 강의를 들어보면 아침 일찍 기상의 중요성과 침구류를 가지런히 정리하는 습관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그것은 이른 아침부터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성취함으로써 인생을 더 가치있게 살자는 사명감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다. 군 생활이 1년 하고도 3개월이 더 남은 지금, 나는 남은 시간들을 의무감에 이끌려 살아가기 싫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는 ‘아침점호에 늦으면 선임들한테 눈치를 받으니까’가 아니라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하루를 준비하며 일과 시간에 말똥한 정신으로 책을 읽고, 체력단련 시간에 열심히 운동에 집중하고, 개인정비 시간에 재밌는 공부를 하기 위함이다.

1. Where am I now

Speaking of which, 5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친 나는 영어 어학병으로써 국방부 내에 위치한 국군심리전단에 배치됐다. 이래서 내가 열심히 어학병을 준비했던 것일까, 일은 어렵지 않고 개인 공부할 시간이 정말 많다. 길어봐야 5시간 남짓한 일과 시간에도 책을 읽던, 개인 공부를 하던 개인적인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일이 크게 힘들지 않기 때문에 일과 후 운동이나 24시까지 공부 연등도 상대적으로 할 만 하다.

3가지의 목표 – 운동, 언어 공부(중국어/일본어), 창업 관련 활동(모임/아이디어 구상/공부).

입대하기 전부터 거창하게 세운 계획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도 쉬웠고 현재 시간도 많기 때문에 지금껏 꾸준히 지켜오기에 어렵지 않았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에 몇 번의 당직날을 제외하곤 3가지의 목표를 꾸준히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무감이 아닌 사명감에 의한 아침 기상, 중국어 복습이나 책을 읽으며 일과를 진행하고, 일과가 끝난 16:00부터 17:30분까지는 체력단련실에서 운동을 한다. 핸드폰을 받는 17:30분부터 20:30분까지 3시간은 식사나 빨래 등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창업 관련 활동에 집중한다. 이 시간은 자유롭게 구성해서 블로그를 쓰거나, Platum이나 TechCrunch 등 스타트업 뉴스레터를 읽던가, 친구들과 얘기하며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그때 그때 꽃힌 아이디어가 있으면 조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마지막으로 청소와 저녁점호가 끝나고 22:00부터 24:00까지는 공부연등으로 중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

How’s the progress? 성적은 나쁘지 않은 편인것 같다. 주별 계획으로 7일에 4일 이상 1시간씩 운동하는 것으로 목표했는데 지금까지는 귀찮음에 못지킨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하루 종일 앉아있다보니 몸이 근질근질해서 빨리 운동을 하러가는 편이다. 중국어 공부도 순조롭다. 이전부터 계속 보려고 생각했던 HSK 4급을 목표로 일단 공부하는 중이라 5~6월 중에는 시험을 보고 추후에는 5급 정도까지 도전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창업 관련 활동은 장기적이고 결과물이 뚜렷하지 않아, 자랑할 만한 성과는 못낸 것 같다. 염두해두고 있는 한 두개의 주제를 가끔씩 발전시키고, 중국어 책을 보는것처럼 진도가 나가는 맛은 없지만 매일 뉴스레터를 보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창업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은다는 블로그의 전 글을 보면 알겠지만, 한 가지 도전의 의미로 작은 창업 모임을 만들었다. 아쉽게도 내 블로그를 보고 찾아온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일단 2명의 사람을 모아 총 3명이서 격주로 자신의 창업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창업 관련 내용에 대해 토론해 볼 예정이다.

2. Recent changes of myself

나는 꽤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 공간에 오래 있다보면 지겨워 새로운 공간을 찾아다닌다. 지금까지 내 삶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다양한 공간에서 지내봤음에도 항상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데는 크게 익숙치 않았던것 같다. 잘 다녔던 경기도 덕소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 갑자기 벗어나 항상 나보다 나이가 2~3살은 많던 곳에서만 공부했다보니 아무래도 성향이 소극적이게 변했다. 어릴 때부터 외국물을 먹지도 않았으니 나이 상관 안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될 수도 없었고, 친구들이 군대갔을 때 나는 대학 졸업반에 인턴을 했기에 어딜 가나 막내였다.

아직 3달이 채 안된 지금 섣불리 이런 말을 하긴 그렇지만 나는 군대에, 최소한 현재 있는 이 부대에는 잘 맞는 것 같다. 머리를 환기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이고, 어학병들은 대게 군대를 늦게 오기 때문인지 나와 나이가 맞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예전에는 소극적으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과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먼저 진행하기는 꺼렸다면, 입대하고 나서부터는 모든게 점진적으로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일단, 최근에 시작한 창업 모임으로 완전 모르는 사람들과 전화로 만나고 온라인 모임을 계획했다는 것이 한 가지. 또 훈련소나 자대에서도 새로운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호기롭게, 부끄러움 없이 나의 과거사나 창업에 대한 목표 등을 적극적으로 나눌 수 있었다. 훈련소 때나, 자대로 배치된 지금이나 사람들은 내 MBTI의 앞자리를 E로 보는게 신기했다. 고등학생 땐가, 처음 검사했을 때부터 줄곧 INTP가 나왔었으니까. 엊그제 궁금함에 다시 해본 검사에서는 ENFP가 나왔다. MBTI 검사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대학 강의에서나, 들려오는 뉴스에서나 단순 재미를 위한 것임을 알지만, 입대 후 근 3개월의 시간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보더라도 나는 확실히 변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이번 달의 이야기는 일종의 2022년에 대한 내 포부다. 일단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것. 커다란 성취가 없더라도, 매일 꾸준한 루틴과 자잘한 목표들로 갇혀 있는 군대에서의 삶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하도록 노력하겠다.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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