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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유진 오닐

a2020-05-17 Toa Payoh, Singapore #4

미국 출생의 극작가 유진 글래드스톤 오닐은 19세기 후반 상업화에만 치중하여 발전이 없던 미국의 연극 시장을 소규모에다 예술적 요소 위주의 문화로 바꾼, 미국 연극의 아버지 격인 작가다. ⌈밤으로의 긴 여로⌋는 작가 유진 오닐의 삶을 투영하는 자전적 연극으로 유명하다. 희곡의 등장인물 중 유진 오닐 자신의 이름만을 ‘에드먼드’로 바꾼 것을 제외하고 다른 등장인물들이나 희곡의 내용 또한 작가의 삶을 투영한다. 희곡은 총 4막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모든 장면들은 티론 가족의 여름 별장에서, 어느 여름 날 아침(1막)부터 새벽(4막)까지의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연극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이 단순히 별장과 8월의 어느 한 날로써 제한되어 있어 등장인물은 티론 가족과 하녀인 캐슬린, 총 5명으로만 구성된다. 작가 유진 오닐의 가족사처럼, 예순 다섯 살의 가장이자 은퇴한 연극 배우인 제임스 티론, 그리고 그의 아내인 메리 티론, 서른세 살의 장남 제임스 티론 2세, 그리고 연극에서 유진 오닐 자신이자 티론 가족의 막내 아들인 에드먼드 티론이 그 구성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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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으로의 긴 여로’

8월 어느 날 아침, 티론 가족의 여름 별장 거실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금슬 좋은 부부와 착실한 두 아들의 평범하면서도 평화로운 일상을 담은 듯 하다. 식당에서 막 아침 식사를 끝낸 티론 부부는 어젯 밤 배의 기적 소리와 비슷했던 제임스의 코골이를 장난 삼아 놀리고, 막내 아들인 에드몬드는 요며칠 아팠던 탓에 조금 핼쑥해 보이지만 두 아들들도 어머니를 굉장히 아끼는 듯 하여 보인다. 다만 본래부터 몸이 약해보이는 스물세 살의 에드먼드는 그렇다고 쳐도, 장남인 제이미(제임스 티론 2세의 애칭)는 이미 서른을 넘겼는데도 번듯한 일자리가 없다는 데 대해 아버지는 못마땅해 하는 듯 하고, 제이미 또한 아버지에 대해 경계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편, 아침 식사에 거의 손도 안 댄 막내 에드먼드의 건강이 관심사로 떠오른다. 본인은 지독한 여름 감기라고 어머니를 안심시키지만, 훨씬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제이미의 말에 어머니는 걱정을 놓지 않는다.

이른 아침의 1막이 지난 후, 2막에서는 가족들이 점심 식사를 위해 다시 거실에 모인다. 먼저 온 두 아들들은 하녀 캐슬린을 꼬셔 아버지의 위스키를 몰래 한잔 씩 한다. 어젯 밤 제임스의 코골이에 잠을 설쳤다는 어머니 메리는 1막 이후 낮잠을 잤다지만, 아침에 상냥하고 나긋나긋한 말투에 비해 성격이 이상하리 만치 신경질적으로 변한 것 같다. 에드먼드는 눈치 채지 못하지만, 형 제이미는 그동안 무엇을 겪어서인지 어머니의 이러한 변화를 조금은 눈치 챈다. 아버지는 별장의 정원에서 터너 선장이라는 늙은이와 얘기를 끝내지를 않는 바람에 점심 식사가 늦어진다. 2-1막이 점심 식사 전 점차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 끝나고, 2-2막은 점심 식사 후 가족들이 다시 거실에 모이며 시작된다. 이제는 아침 때와 다르게 극도로 예민해진 메리는 가족들이 싫어하는 얘기들을 신경질적으로 늘어놓기 시작한다 – 여름 별장에서 친구 없이 외롭게 지내는 자신의 처지와 그렇다고 편치 않은 집구석, 그리고 결정타로 제임스가 예민해 하는 과거의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한탄한다.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이 들쳐진 양, 제임스는 이에 화나 ‘독’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제이미 또한 “팔에 또 한 방 하겠군!”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서, 평화로운 가족이었던 듯 한 1막에서의 아침과는 달리 티론 가족의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가족 간의 갈등이 고조된다. 말싸움이 오고 가는 가운데, 에드먼드의 의사 하디에게서 전화 통화가 오며 에드먼드의 병세는 단순한 감기가 아니라 폐결핵이며 오후에 병원에 들르라고 말한다. 메리는 뒷방으로 사라지고 없어 괜한 걱정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나머지 세 남자는 이 사실을 어머니에게 말하지 않고, 오후 동안에는 병원에 들를 겸 시내에 나가기로 한다. 집에 혼자 있겠다는 메리의 말에 제임스는 기분 전환 겸 드라이브라도 나갔다 오라고 충고한 채 세 남자는 집을 나선다.

티론: (죄책감과 분노가 뒤섞인 어조로) 제발, 오래전 일들은 들춰내지 마. 이제 겨우 점심땐데, 벌써 그렇게 먼 과거에 가 있으면, 밤에는 어떡할라 그래?

희곡의 제목 ⌈밤으로의 긴 여로⌋가 말해 주듯, 아침의 1막에서 점심 때의 2막, 저녁의 3막, 자정 즈음의 4막으로 시간이 흐르며, 밤이 깊어짐에 따라 가족들의 갈등과 예민한 감정은 고조된다. 위 티론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약물에 중독된 어머니 메리는 오전과 오후에 걸쳐 계속 모르핀을 투여함으로써 점차 과거로 되돌아간다. 불만스러운 현실에서 도피하고파 제임스를 만나기 전 행복했던 과거와 자신의 인생이 망가지게끔 했던 제임스와의 과거를 계속 들추어 내는 것이다. 3막이 시작되며 메리는 이제 확실히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간 것 같다. 그녀는 하녀 캐슬린과 같이 세 남자가 시내로 떠난 오후에 약국에 들를 목적으로 시내 드라이브를 갔다가 막 돌아온 참이다. 메리는 약에 취해 캐슬린에게 자신의 과거 삶을 씁쓸하게 내뱉는다. 어릴 적에는 수녀가 되거나 피아노를 잘 쳤다는 얘기, 그러다가 젊고 잘생긴 배우였던 제임스와 사랑에 빠졌고 떠돌이 배우라는 삶이 그러하듯 제임스를 따라 다니면서 점차 자신의 본래 모습을 잃게 되었다는 얘기들이다. 한참 전 과거로 돌아가 있는 동안 시내로 나갔던 제임스와 에드먼드가 돌아온다. 그들은 단번에 메리가 약에 취해 있는 것을 알고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한 것 처럼 보인다.

마지막 4막은 자정 때로, 메리는 더욱 더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갔고 제임스와 에드먼드는 아직 돌아오지 않은 제이미를 기다리며 술에 취한다. 3막에서는 메리의 회상적 대화에서 자신의 후회로운 과거가 드러났다면, 4막에서는 술에 취한 에드먼드가 아버지와 얘기하며 왜 어머니가 약물에 중독되었는지를 자세히 알게 된다. 왜 맏아들 제이미가 평소에 어머니의 사소한 일탈을 두려워하고 아버지를 적대시했는지 연극의 막내 아들 에드먼드 뿐 아니라 독자인 우리들도 알게 되는 순간이다. 술집과 클럽에서 놀던 제이미는 막차를 타고 술에 흠뻑 취한 채 집에 들어오고, 세 남자가 술에 취해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려 온다. 피아노를 좋아하던 10대의 소녀 시대로 까지 돌아간 메리는 약에 취해 자신의 남편도 알아보지 못한 채 과거를 회상하며 막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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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오닐 자신의 불행한 가족사 + 해설 + 등장인물

유진 오닐 자신의 비참했던 가족사가 드러나는 자전적 희곡인 만큼 작가 자신은 자신이 죽은 뒤 25년 후에 희곡을 공개할 것을 유언으로 남겼지만 그의 부인은 사후 3년째에 이 작품을 공개했다. 그 만큼 작가 자신의 부끄럽고도 비참한 과거였는데, 가족들의 갈등이나 성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희곡 중간중간에 나오는 과거의 회상이나 등장인물들의 소개를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먼저 65세의 가장인 제임스 티론은 과거 잘 나갔던 배우로서 늙었음에도 잘생기고 말투나 몸짓에서도 배우의 기품이 흐르는 인물로서 묘사된다. 티론의 아버지 세대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세대로서, 18~19세기에 신대륙으로 이주한 아일랜드계 미국인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인물에 적용된다. 극 중 4막에서 제임스 티론은 에드먼드에게 1세대 이민자였던 자신의 아버지가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간 바람에 단 10살이였던 자신이 가장이 되어 공장에서 매일 같이 일을 했어야 했던 자신의 불행한 청소년기를 이야기해준다. 그렇게 가난한 시절을 겪었기 때문인지, 제임스는 자신 조차 평소에 구두쇠처럼 돈을 아끼려고 하는 자신의 안좋은 습관을 자식들 앞에서 인정하기 까지 한다. 젊은 시절에는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더 큰 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멍청하게 놓치는 바람에 각지에 있는 극장을 돌아다니는 삼류 배우로 전락해 버렸다. 아내 메리와는 그 배우 시절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당시 배우라는 직업 특성 상 싸구려 호텔과 기차를 전전해야 됐기 때문에 아내가 마약 중독에 빠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극 중에는 아들들에게 멍청하게 속아넘아가 땅만 사들여 땅부자지 정작 필요한데 돈은 안쓴다는 구두쇠 영감탱이로 묘사되며, 자신도 아내가 마약 중독자가 된 데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아는지 과거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다음으로 제임스 티론의 아내인 메리는 54세로 티론과는 달리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 약에 취할 때면 자신이 행복했던 소녀 시절, 즉 수녀원에서 지내며 수녀와 피아니스트를 꿈꾸던 시절을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3막에서 하녀 캐슬린에게 남편 제임스를 처음 만난 얘기를 ‘그 땐 그랬지’ 식으로 회상하는 것으로 보아 제임스라는 사람 자체는 사랑하지만, 싸구려 여름 별장에 머무는 자신의 처지를 비탄하느라 계속 약에 빠져있는 것 같다. 남편 제임스와 장남 제이미는 외향적인 성격으로 집에 있기 보다는 시내의 술집이나 클럽을 선호하고, 유진 오닐 자신이자 막내 아들인 에드먼드는 어릴 적부터 계속 잔병으로 아파왔으니 그러한 외로운 일상에서 도피하고자 약에 중독된 메리의 상황이 이해가 간다. 특히 극 중에서 과거를 회상하며 제임스와 결혼하고 별로 안되어 전국구 공연으로 싸구려 호텔들을 전전할 때, 제임스가 친구들과 밤 동안 마시고 노느라 메리를 홀로 남겨 두곤 했다는 기억에 에드먼드는 분개하여 아버지를 책망한다.

첫 아들인 제임스 티론 2세는 33세로 과거부터 보여 왔던 아버지의 모습을 잘 아는지 제임스를 굉장히 싫어하고 설령 어머니가 다시 약에 빠질까 매사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10살 차이나는 에드먼드를 동생으로서 사랑하기도 하지만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한 탓에, 그리고 자신이 33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막장 인생을 살고 있다는 자기 혐오에 대상으로 은근히 에드먼드를 질투하고 증오한다. 이러한 막장 가족사의 유진 오닐 자신의 위치였던 막내 아들 에드먼드는 23살로 제이미와 비슷하게 아버지를 싫어하지만 형 처럼 아버지로부터 진정한 쓴 맛은 보아 오지 않았던 듯 연극 초반에는 중립적인 태도를 보인다. 사실 희곡이 3인칭으로 전개되며 가족들 모두의 비중이 비슷한 만큼 특정 인물을 주인공으로 꼽긴 어렵겠지만, 단순히 작가 유진 오닐의 위치가 에드먼드였다는 것을 제외할 지라도, 나머지 세 가족들의 다툼으로 괜히 알고 싶지 않은 과거까지 알아버리는 막내 아들이 궁극적으로는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특히 자신의 어머니 바로 앞에서 제임스 후에 출산한 둘째 아이가 죽자 그 아이를 대신하기 위해 자신을 낳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면 꼬일 데로 꼬여 버린 가족사와 작가 자신의 불행함을 이해할 수 있다.

세줄 요약

1. ⌈밤으로의 긴 여로⌋는 8월에 어느 날 티론 가족(티론, 티론의 아내, 두 아들, 그리고 하녀)의 이야기가 아침(1막)에서부터 자정(4막)까지 펼쳐지며, 희곡의 제목이 그러하듯 날이 저물면서 가족들의 갈등과 문제점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함.
2. 티론은 65세의 잘생긴 전직 영화배우로 구두쇠이면서 꼰대 기질이 있음. 그의 아내인 메리는 54살로 행복했던 과거 소녀시절과는 대비되는 외로운 별장 생활로 마약을 상습적으로 투여함. 첫째 아들은 33살로 어머니가 아버지 때문에 마약에 중독된걸 알기에 아버지를 혐호하고 동생을 애증함. 마지막으로 23살의 막내 아들 에드먼드는 작가 유진 오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대변하는 인물로서 극 중 폐결핵을 선고받고 복잡한 가정사를 직접 맞딱들임.
3. ⌈밤으로의 긴 여로⌋는 이렇게 복잡하고 비참한 티론 가족들이 밤이 깊어짐에 따라 더욱 갈등이 고조되는 희곡으로 작가 유진 오닐의 불행한 삶을 그린 자전적 작품임.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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