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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알바비로 한 달동안 유럽여행하기’ 여행후기 및 경비 정리

index…
.여행을 시작하면서
..여행 일정과 여행 루트
…여행 예산
….도시별 짤막한 여행기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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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시작하면서

이 여행의 시작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말하길, 여행의 시작은 목적지로의 출발이 아닌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부터라고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봤을때, 이 한 달간의 배낭여행은 대게 다른 여행자들이 추구하는 들끓는 모험심이나 기대심으로부터 시작되지 않았다. 여행을 가고싶다는 마음이 아닌 ‘여행을 가야겠다’라는 생각에서 배낭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는데, 이처럼 즐거운 여행의 동기가 필요에 의해 계획하는 사람들은 몇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당시에 나는 싱가폴에서 대학 공부를 꽤 성공적으로 마쳐가고 있었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 있어야만 하는 10개월의 공백 동안에도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성공적인 무언가 이뤄내고 싶었다.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에 나름대로 1년 반 동안의 타지생활을 정리하며 곧 눈 앞에 들이닥칠 10개월의 “의무백수기간” 동안 나 자신을 위해 해야할 것들과 하고싶은 것들에 부합하는 일들을 찾는데 힘썼다. 그것들 중에서 배낭여행은 양쪽의 요구를 가장 균형있게 잡아주면서도 20대의 첫 단추를 제법 근사하게 꿰맬 수 있는 시발점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야심찼던 계획은 싱가폴에서 마지막 시험을 준비하느라 지친 하룻밤 사이에 얼른 배낭여행을 가겠다는 원동력으로서 금세 완성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는 의욕상실과 경비문제에 부딫혔다. 기말고사가 닥쳐오면 평소에 눈길 한 점 안주던 것들이 최고의 놀잇감이 되듯이, 거창한 계획이 그 때 당시에는 눈을 부릅뜨고 집중하게 해주는 연료가 됐지만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오니 그런 계획은 거짓말같이 머릿속에서 잊혀졌다. 그렇게 몇 개월을 어영부영 보내다가 예전에 여행을 가자는 결심을 하룻밤에 끝낸 것과 똑같이 어느 심심했던 하룻밤에 항공권을 끊으면서 시작된 근본 없는 배낭여행기..

한 달 동안 여행했던 10개 도시를 지난 블로그 글에 총 8개의 에피소드로 끄적거려봤는데, 지금보니 내용들이 참 두서 없기도 하고 예산이나 개인적인 총평을 정리할 필요를 느껴 이번 글에 모든 것을 담고자 한다.


여행 일정과 여행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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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유럽 배낭여행의 시작이자 종착점은 독일 중부의 프랑크푸르트였다. 정말 볼 건 없지만 안그래도 유럽 대륙 중심에 있는 독일의 중간에 위치하다 보니 항공편을 통해서든 지상편을 통해서든 다른 도시들로 이동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원래 계획했던 최종 계획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여행하고 다시 돌아오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굳이 이동경로에 맞춰 동선을 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런던 in 로마 out 이면 런던-파리-스위스 일대-로마 처럼) 첫 배낭여행이자 유럽대륙은 처음이기에 (옛날에 아일랜드만 가봄) 적당히 가볼만한 도시들을 넣었더니 저런 루트가 탄생했다.

밑에서 동선과 일정을 짤 때 도움이 되는 것들을 다시 언급하겠지만, 유럽 내에서는 체력만 있다면 저가 항공이 여행 계획과 여행 자체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친근한 저가 항공들(제주도 가는 에어서울이나 일본 가는 피치항공 등)보다 유럽 내 도시들을 운항하는 저가 항공들(부엘링, 라이언, 위즈 등)이 몇 배는 더 악랄하다고 많은 말이 오가는데, 이번 여행에서 총 4번 그리고 다음 여행에서 다시 3번 저가 항공을 이용할 다경험자로서 꽤 탈만 하다.

프랑크푸르트에 내리자마자 맨체스터 대학으로 향한 이유는 대학 지원에서 오퍼를 받기도 했고, 공항 환승 없이 프랑크푸르트에서 맨체스터 공항으로 가는 라이언에어 항공편이 무지 저렴했다. 때문에 계획에 없던 일주일간의 영국 일정으로 기존에 반시계방향으로 돌며 여행하려던 루트에서 알프스 근처(스위스, 남부 독일, 잘츠부르크) 일정을 제외하고 바로 뉘른베르크를 통해 동유럽 구경을 했다. 특히, 프라하에서 부다페스트간의 이동경로는 동유럽 여행의 단골 코스. 부다페스트를 가지 않고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가 육로를 통해 다시 프랑크푸르트에 갈까 했으나 부다페스트-나폴리행 항공권도 저렴하기에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로마까지만 보고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왔다.

첫 번째 배낭여행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특히 유럽 배낭여행은, 사람들이 주로 가는 짜여진 코스보다는 동선이 안좋더라도 자기 성향에 맞는 곳을 가는게 좋다. 나라들이 붙어 있어 가까이 가든 멀리 가든 교통의 선택지가 많고 저렴하기 때문. 그리고 나처럼 유럽여행 초짜들도 유명 관광지에 대해 대충 생각나는 이미지라도 있으니 끌리는 여행지를 정하기도 쉽다.

왜 하필 볼 것 없는 프랑크푸르트에서 In&Out을 했는가

유럽 자유여행객들이 주로 여행을 시작하는 곳들은 흔히 아는 런던, 파리, 로마와 같이 항공편이 많아 저렴하면서도 볼 것들도 많은 도시들이다. 유럽 대륙의 지도 상에서 이 세 도시의 위치를 생각하면 모두 가장자리에 위치해 이동 경로를 짜기도 쉽다.

이런 점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단순히 왕복 항공권이 싸다는 이유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한 것은 아니다 (물론 내가 지도를 봐도 최종 루트는 참 정신 없긴 하지만..) 나처럼 시간은 많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한 여행객들은 대부분 중국 등지에서 한 번 환승하고 목적지로 가는 노선을 택하는데, 목적지가 어디냐에 따라서 경유하는 중국 도시들이 대부분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선택한 프랑크푸르트행 중국동방항공은 대부분이 상하이에서 경유하며, 파리행 중국국제항공은 베이징 혹은 청도에서 경유, 런던행 심천항공은 심천(선전)에서 경유한다. 물론 대륙의 기상답게 대부분의 중국 대도시에서는 유럽 전역에 걸친 값싼 직항편이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저가 항공권들은 대부분 위의 예시처럼 그 경로가 정해져 있다.

어쨋든, 내가 고민하던 IN 도시는 당시에 확 끌리던 프라하, 부다페스트, 로마와 같이 중부 유럽을 돌기에 효율적인 곳들이었지만, 오직 상하이를 경유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를 왕복하는 항공권을 끊었다. 정확히 6시간 40분을 대기하는 코스라 상하이에 사는 친구를 만날 수 있었는데 공항을 오고가는 시간이 꽤 많이 들어 상하이를 둘러보진 못했다.
내가 찾아본 바로는, 한국에서 유럽을 잇는 초저가 항공권의 90% 이상은 중국을 경유하기에 (나머지는 카자흐스탄 이런 곳..) 넉넉한 시간만 받쳐준다면 긴 환승시간을 피하지 말고 경유지에서 당일치기로 여행하는 걸 추천한다. 허브공항을 가진 대부분의 중국 도시에서는 최소 24시간부터 144시간까지(스탑오버시)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데, 기본적인 중국의 단수 여행비자도 발급비용만 55,000원인걸 생각하면(발급센터에 오고가는 것도 귀찮..) 여행객들에게는 굉장한 어드밴티지다.

중국 도시 경유 시 참고해야 할 점!

많은 중국 도시들이 경유하는 여행객들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지만, 도시에 따라서 허용하는 체류기간이 다르거나 허용하지 않는 도시들도 있다.

*72시간 비자 면제
베이징, 광저우,  청두, 충칭, 하얼빈, 선양, 대련, 시안, 구이린, 쿤밍, 우한, 샤먼, 텐진, 청도, 창사
*144시간 비자 면제
상하이, 난징, 항저우

여기서 비자 면제를 받는 조건은 중국 내 도시를 경유해 목적지로 가는 것이니 항공권에 반드시 ‘경유’라는 조건이 포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베이징행 항공권과 베이징-파리행 항공권을 따로 끊어 남는 시간만큼 베이징 관광을 하려고 하면 비자 면제를 받지 못한다. 한국-(베이징경유)-파리행 항공권을 끊어야됨.

참고로 대표적인 도시들-베이징, 청두, 텐진, 상하이 등-은 비자 면제를 제공하지만 내가 알아본 바로는 ‘심천항공’의 허브도시인 심천(선전)은 항공사 홈페이지를 참고하니 무비자 환승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2017년 뉴스, 적용기간 2017년1월18일~2017년 10월31일이라고 되어 있음). 그러니 경유하는 도시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무비자 환승 정책을 항공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게 정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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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 (14 Feb) Incheon Int’ airport – Shanghai Pudong Int’ airport – Frankfurt airport
Day 2~4, 🇬🇧Manchester (15 Feb~17 Feb) Frankfurt airport – Manchester airport
Day 4~9, 🇬🇧London (17 Feb~22 Feb)
Day 9~10, 🇩🇪Nürnberg (22 Feb~23 Feb) London Stansted airport – Nuremberg airport
Day 10~14, 🇨🇿Praha (23 Feb~27 Feb)
Day 14~17, 🇦🇹Wien (27 Feb~2 Mar)
Day 17~18, 🇸🇰Bratislava (2 Mar~3 Mar)
Day 18~22, 🇭🇺Budapest (3 Mar~7 Mar)
Day 22~24, 🇮🇹Napoli (7 Mar~9 Mar) Budapest Ferenc Liszt Int’ airport – Napoli Int’ airport
Day 24~29, 🇮🇹Rome (9 Mar~14 Mar)
Day 29~30, 🇩🇪Frankfurt am Main (14 Mar~15 Mar) Roma Ciampino airport – Frankfurt Hahn airport
Day 30~31 (15 Mar~16 Mar) Frankfurt airport – Shanghai Pudong Int’ airport – Incheon Int’ airport

도시별 일정에 대해: 여유롭게? 볼 것들만 딱?

자유여행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워 하는 게 어느 도시를 들릴지 정하는 것이라면, 반대로 나는 얼마나 머물지 결정하는데 더 힘이 들었고 이 때문에 아쉬웠던 점도 있다. 이는 철저히 개인의 여행 성향과 원칙에 의존하는데, 맛집여행이든 박물관투어든 휴양여행이든간에 여행의 컨셉을 정하면서 본인이 선호하는 여행을 짐작할 수 있다. 단짝친구와의 여행이라고 해도, 크고 작건간에 여행 중 의견 불일치가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그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여행에 대해 말하자면, 요즘 유행하는 여행지에서의 한달 살기는 고사하고 여행으로 간 도시에서 일주일 이상을 머물렀던 적도 없지만 그럼에도 확실한 건 누구에게 쫓기듯이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는 여행을 선호한다. 그랬기에 이번 여행에서 후회되는 일정을 꼽으라면 위 일정표에서도 한 눈에 보이듯이 한 도시에서 거진 5일 이상을 보낸 런던과 로마다. 작은 도시든 큰 도시든 방문한 곳들이 마음에 들지 않던 경우는 없었으나, 혼자서 그것도 맨 땅에 헤딩하는 예산으로 그렇게 오래 지낼만한 재미는 없었다.

개인의 편차가 크겠지만, 개인적으로 혼자 가는 여행에서는 짧게 그리고 많이 이동하는 편이 여행의 기분을 느끼기에 적합한 것 같다. 내 여행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과 부모님의 요구가 컸지만 어딜 가든 ‘비즈니스적 기회’를 찾는 것이었다. 어느 도시나 볼 것들에 대한 기대감에서 시작한 여행이 아니기에, 여행의 객관적인 결과로 봤을 때 (만난 사람들이나, 둘러본 관광지 수나..) 남들한테 자랑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여행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지루했던 날들에서 무언가 획기적인 도전과 함께 얽혀있는 생각들을 정리하기에는 완벽한 시간이었는데..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면 이러한 목적에서는 이곳저곳을 싸(?)돌아댕기는 여행이 적합하단 얘기다.

나는 이런 여행을 선호하고, 남들은 어느 도시에서 사람들과 함께 동화되는 여행을 선호하던 간에 여행에서 중요한건 그만한 가치를 찾아내는 것 같다. 돌려말하면 여행에 투자한 돈 만큼 뽕을 뽑아야 된다는 건데, 당연히 가치에 대한 개개인의 값매김은 다르기 때문에 돈에 쪼들리며 돌아다니든 펑펑 쓰며 사치부리든, 그 만한 가치를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앞전에 말했듯이 개개인의 여행 성향과 목적을 분명히 하는게 필요하고 곧 그것들이 분명해짐에 따라 자신의 여행에게 적합한 여행 일정을 구성할 수 있겠다.

일정과 루트짜기 Tips

배낭여행 스타일로 혼자나 친구끼리 여행할 때 최대한 합리적으로 일정과 루트를 짜는 방법이다 (특히 친구끼리 여행가는데 어디를 갈지, 얼마나 머물지 의견 통일이 어려울 때).

> 저가항공 이용

일단 중요한건 유럽 내에서는 어디를 이동하든 교통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원만한 여행 루트를 짜기 위해 별로 관심이 없는 도시나 국가에 들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여행 출발 1~2주 전에만 봐도, 유럽 내 저가항공들(라이언에어, 부엘링, 위즈에어, Eurowings 등)은 유럽 내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항공편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평이하고 날짜만 잘 맞춘다면 좋은 특가도 찾을 수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는 유레일패스나 광역 고속버스의 운임은 정말 가깝고 노선이 다양한 도시들이 아닌 이상 최소 2만원부터, 기차의 경우 3~50유로대 가격이 평균적이다.

그런데 앞서 말한 유럽의 저가항공들은 기본운임 기준으로 대략 2~30유로대에 다른 도시로 이동할 수 있다. 가령 런던, 파리, 비엔나, 부다페스트, 로마를 2주 동안 여행하려는 여행객의 경우 이동거리가 긴 구간인 파리-비엔나와 부다페스트-로마 구간을 지나쳐야 한다. 이러한 구간들을 육로로 이동할 경우에는 아무리 항공편이 공항에 오고간다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해도 열몇시간씩 걸리는 버스보다 효율이 높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라이언에어(Ryanair)라는 아일랜드의 저가항공사를 총 4번 이용했는데, 여행 전 저가항공을 타다가 캐리어를 잃어버렸다, 추가 운임을 물었다 등의 후기들로 이미 기대치는 낮쳐져 있었다. 가장 걱정했던 점은 작은 가방에 기내용 캐리어를 추가로 들고갈 수 있는 라이언에어의 Priority 옵션에서 명시된 기내용 캐리어 사이즈가 우리가 흔히 알던 사이즈에 비해 턱없이 작았던 점이었다. 치사하게도 캐리어의 측면 길이가 20cm를 넘지 않아야 된다고 규정했는데, 이 때문에 추가운임을 물까 걱정돼 한국에서부터 더 작은 캐리어를 살까, 2~3cm가 초과되는건 재량껏 봐 줄까 고민하다가 그냥 들고갔는데 (인터넷을 다 뒤져봐도 20cm 이하인 캐리어가 없음;), 다행이도 라이언에어를 4번 타는 도중 실랑이가 벌어지진 않았다.

많은 짐을 들고가는 여행이나 가족여행의 경우 저가항공사의 까다로운 정책과 불편한 탑승감이 안타느니만 못할 수 있겠으나, 돈을 아끼고자 하는 저가(budget)여행의 경우에는 훨씬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예약할 때는 스카이스캐너를 이용했는데, 출발지를 정하고 목적지에 ‘Everywhere’ 기능을 통해 새로운 목적지를 정하거나 특정 일자에 더 저렴한 목적지를 정하는데 정말 도움이 됐다. 당연한 얘기지만, 항공편의 경우 특정 공항에 오고가는 항공기의 수가 많을 수록 대체적으로 더 저렴하기 때문에 출발지와 목적지가 서로 아무리 가깝건 간에 (예시: 아테네-카이로) 가격이 정말 비쌀 수도, 반대로 허브공항이 위치한 큰 도시 사이에서는 (예시: 파리-스톡홀름) 가격이 저렴할 수도 있다. 또, 서울에서 김포공항-인천공항의 관계처럼 한 도시에서도 여러 공항이 존재하니 공항에서 시내까지의 교통 편리성을 고려해야 한다. 두번째로 든 예시인 파리-스톡홀름 노선의 경우 런던-파리 혹은 런던-바르셀로나처럼 매일 몇십편의 비행기가 오고가 어느 요일을 선택하든 운임이 평이한데 비해 비행기는 많이 다니지만 특히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가 매주 수요일에 30유로도 안되는 운임으로 운항하기 때문에 어느 요일이 저렴한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앞서 얘기한 것과 같이 이번 여행에서는 라이언에어를 총 4번 이용했는데 (편도 4번), 글을 쓰는 시점에서 다음주에 친한 형과 떠날 두번째 유럽여행에서는 다양한 저가항공사들을 총 6번 이용할 예정이다 (라이언에어 2번, 부엘링 1번, 위즈에어 2번, Eurowings 1번). 다음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각 저가항공사들별 후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달 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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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박30일동안 여행한 유럽여행의 총 지출이다.
항목별 비율을 계산하면 교통비가 51.8%, 숙박비가 24.4%, 식비를 포함한 매일 지출이 23.8%다. 비율을 보면 교통비의 비중이 높은데, 유럽을 왕복하는 비행기값은 대부분 디폴트며 중간 회색으로 칠해진 지상편으로의 이동(고속버스나 기차)도 나처럼 도시간 이동이 잦은 여행에서는 무조건 고정값이다. 도시내 이동은 딱 한번, 런던이 하도 크다보니 오이스터 카드를 사고 딱 10파운드만 충전해서 돌아다녔고 그 외에는 도시에서 공항으로 이동하는 버스편들이다. 그렇게 교통비로 총합 90만원 정도의 돈을 사용했고 도시간 이동 횟수를 줄이거나 걸어다니면(..) 되긴 하는데.. 어쨋든 아낀다한들 90~100만원 정도가 들어가는건 어쩔 수 없는것 같다.

숙박은 총 26박을 했는데,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저가항공편이 대부분 이른 아침에 출발하기 때문에 2박은 공항노숙을 했다. 1박당 평균적으로 약 16,000원을 썼는데, 이번에 다시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숙소를 알아보니 이 때 내가 갔었던 기간(2~3월)이 확실히 비성수기라 숙박비가 저렴했다. 모든 숙소는 최소 4명(이층침대 2개)~최대 10명(이층침대 여러개)이 조금 넘는 호스텔을 이용했다. 교통비 다음으로 오래 여행할수록 숙박비가 만만찮기 때문에 많은 여행객들이 나처럼 호스텔 혹은 한인민박을 선택하는데, 혼자 여행하는 경우라면 이 두가지를 이용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다. 반대로 자신을 포함해 2명 이상이 떠나는 여행이라면 숙소의 위치가 조금은 변두리에 있더라도 동행자와 불편 없이 아파트 전체를 빌리거나 방 한 켠을 빌리는 에어비앤비가 더 안전하며 경제적이다.

가장 유동적인건 매일 사용하는 식비였는데, 밑에서도 얘기하듯이 내가 쓴 비용도 굉장히 저렴해 보이지만 정말 아낀다면 총 2~30만원으로도 한달을 충분히 버틸 수 있다. 혹자는 한 번 뿐인 여행에 그렇게 빵쪼가리만 뜯어 먹으면 아깝다고 말하겠으나, 내가 저러한 예산을 짤 수 있었던 것도 내가 정말 먹는 건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에서 먹는 피자든 슈퍼에서 사먹는 빵쪼가리든 배만 채울 수 있으면 충분히 만족했기에 식비에서 더 아끼는게 가능했을거라 생각한다.

어쨋든, 결론적으로 한달 동안 내가 사용한 모든 돈은 위 표에 보이듯이 1,736,834원. 여행의 예산이자 한달 최저월급인 1,745,150원에 거의 딱 맞춰 썼다. 여행 초반에는 조금 느슨하게 돈을 사용하다가 중반을 지나서는 그 동안 사용한 금액을 계산하며 예산에 맞춰 썼는데 제법 성공적이었음!

한달 최저임금으로 한달 여행하기

처음부터 여행의 컨셉을 ‘한 달 알바해서 유럽에서 한 달 살기’로 한 것은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배낭여행의 동기는 갓 스무 살의 넘치는 도전정신이나 여행에 대한 환상이 아닌 현실과 떨어져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고, 이 때가 아니면 자유롭게(공부해라, 일해라 잔소리가 없을 때) 혼자서 한 달이나 여행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도 혼자 가는 여행이니 쓸 돈이 그리 많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단순히 현실에서 벗어나는 여행만이 아니라 여행이 끝날 때 기억할만한 여행의 전반적인 컨셉을 잡고 싶었다.

나는 남들에게 자랑하든 자기만족이든 혼자서 잘 먹고 어딘가 잘 놀러다니는것 보다는 독특한 경험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굳이 집까지 몇십 km를 몇시간동안 걸어가던지 단식을 해보던지 등등.. 여러가지 해보고 싶은 위시리스트는 많은데, 번뜩 생각난 한달 최저임금으로 한달 여행하기는 도전하기에 정말 재밌어 보였다. 여행시 돈을 아낀다는 개념은 이미 십수년전에 ‘무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유행했지만 위험성도 위험성이고, 교통비와 숙박비를 아끼는 히치하이킹과 카우치서핑 그리고 타지에서 한국음식이나 잡동사니를 판다든지 음식을 먹고 노동으로 떼우는 식의 무전여행은 여행자 자신만 생각하고 현지 사람들에게 피해만 준다는 글을 보고는 마음을 접었다.

대신에, 한달 동안 알바해서 여행하는 외국에서의 한달은 성취감을 느끼기에도, 돈과 시간이 남아도는 사람이 아님에도 생각을 정리한다는 이유로 한달간 여행하는 내 자신을 합리화시키기에도 좋은 목적으로 작동했다. 정확히 한달 최저임금인 1,745,150원을 30으로 나누면 하루에 약 58,000원 정도를 사용한다고 가정했고, 매일 도시에서 이동 시 사용하는 교통비(지하철, 트램, 자전거나 킥보드 빌리는 비용)를 제외한 고정 교통비(항공편, 고속버스, 기차)를 전체 예산에서 뺀다면 하루 예산은 28,000원. 그 중에서도 숙박비는 도시마다 가장 싼 숙소만을 찾았고 이 또한 고정비용이니 이를 빼면 하루에 14,000원을 쓸 수 있었다. 되짚어보면 한국에서 유럽간 왕복항공편을 구입하고 여행 경로가 변경됐기에 추가된 교통비를 빼고 더 극도로 아끼려고 한다면 하루 5,000원으로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것 같았다. (괜히 귀찮아서 한국대비 훨씬 비싼 맥도날드, 서브웨이같은 패스트푸드를 많이 사먹었음)

경비 절약하기

배낭여행 초짜지만, 이번 여행 경험에 비추어 경비를 절약할 수 있는 팁에 대해 말하자면,

  1.  도시 내 일정은 무조건 걸어다니기
  2.  (오히려) 값비싼 패스트푸드를 피하고 슈퍼마켓 이용하기 (귀차니즘만 없다면 슈퍼마켓에서 재료 사서 호스텔 키친에서 아침, 저녁은 해결 가능)
  3.  숙박은 무조건 호스텔이 저렴하나 후기를 잘 보고 결정하기
  4.  유럽 내 저가항공을 통한 이동 (정말 독특한 도시나 소도시를 방문하지 않는 이상 일정을 잘 맞추면 편도 ~30유로대에 구매 가능)
  5.  한국-유럽 왕복항공권의 경우 정말 극성수기를 제외하면 ~70만원 대가 적합함 (경유)

도시별 짤막한 여행기

🇩🇪프랑크푸르트

저녁에 출발한 상하이에서 열 몇시간을 날아 이른 아침에 도착한 곳은 프랑크푸르트였다.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영국 맨체스터로 떠나는 라이언에어 항공편이 점심 무렵 출발할 예정이었기에 원래는 6시간 남짓한 그 시간동안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둘러보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는 도시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보다는 교통의 요지로서 경유지의 역할이 크다. 그랬기에 딱 반나절만 시내에 나가 여유롭게 마인강을 거닐고파 기차를 탈 수 있는 공항의 1번 터미널로 갔다. 그곳에서 인터넷을 통해 시내로 나가는 교통편을 자세히 찾아봤는데, 독일답게 중앙역으로 향하는 기차의 왕복 가격이 하루 예산과 맞먹었기에 유럽여행 가장 첫날부터 내가 생각했던 진정한 여행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가장 첫날에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프린트를 하기 위해 공항 전체(터미널 1, 2)를 하도 돌아다닌 덕분에 여행 마지막 날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도착한 프랑크푸르트 공항은 친근하게 반겨졌다. 30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로마에서 돌아온

🇬🇧맨체스터

영국 섬(British Island)의 중부 지역에 위치한 대도시이자 산업혁명의 발산지로 거론되는 맨체스터의 첫 인상은 내 어린시절을 열광시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Manchester United)의 정열적인 빨간 유니폼처럼 뜨겁지도, 삭막한 공업도시의 이미지처럼 차갑지도 않았다. 나는 이미 한국에서부터 상하이와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하는 24시간에 가까운 비행 여정으로 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누가 봐도 초췌한 몰골의 외로운 여행자 인상이었다. 더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낯익은 동양인의 수도 줄어들었는데, 어느새 맨체스터로 떠나는 좁은 기내에서는 나만이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시내에 도착했고 샤워가 정말로 간절했던 나는, 곧장 한국에서 예약한 맨체스터의 호스텔로 향했다. 다른 도시들과는 달리, 특히 맨체스터는 도시 규모를 생각할 때 머물 만한 숙소가 없었다. 별로 많지 않던 옵션들 중에 내가 찾았던 해커스 호스텔(Hacker’s Hostel)은 자유로운 여행객을 위한 컨셉으로 영국 전역에 ‘해커스’라는 이름으로 퍼져 나간 저가(Budget) 숙박 업체였다. 예약을 확인하고 배정된 방으로 들어갔을 때 웨일즈(Wales; 영국 서부에 위치한 지역)에서 일을 하러 온 또래 남자애와 밤에 일을 하러 가는(아마도 술집인 듯) 이탈리아 청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도 먼 동쪽에서 온 여행자가 신기한 듯 친근하게 먼저 말을 걸어주었는데, 분명했던 건 여행을 오기 전부터 내가 줄곧 바라던 외국 여행 친구를 이곳 맨체스터에서 만들기는 쉽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숙소의 위치는 주말이면 붐비는 맨체스터 중심의 쇼핑 거리와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곳에서 술집이 늘어선 어두운 지역의 경계선에 위치했다. 대낮에도 신나게 주변을 둘러볼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어둠이 짙은 밤에는 거리를 지나가거나 가게 앞에 문을 기대고 서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은 내게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으나 나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재잘거리는 영국식 영어는 영화 ‘킹스맨’에서 익히 들었을 법한 부드러우면서도 똑 부러진 억양이 아니었다. 첫날 느꼈던 맨체스터의 인상은 술집에서 들려오는 껄껄거리는 사람들의 음주 문화 말고는 그저 지루하기만 한 삭막한 도시였다.

둘째 날에는 그 많고 많은 아름다운 도시들 중 하필 맨체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실현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맨체스터 시내 남부에 위치한 맨체스터 대학교를 둘러보는 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아웃하는 일정에 무리하게 영국에서의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할애했던 것이다. 싱가폴에서 마친 경영학 디플로마 성적으로 영국 대학들을 지원했는데, 맨체스터 대학이 그들 중 하나였고, 당시에 지원 결과가 모두 발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맨체스터는 붙을 확률이 가장 높은 곳이었다. 큰 대로변 양 옆으로 건물들이 늘어선 꽤 큰 규모의 캠퍼스였는데, 캠퍼스 중앙쯤 위치한 고딕 양식의 박물관 건물이 관심을 사로잡았다. 그 외에는 출입증을 받고 들어가본 대학 도서관이나 새로 지은 신식 학과 건물이나 별로 특별한 건 없었다. 일요일이라 캠퍼스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했지만 오지랖을 십분 발휘해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몇 명을 만나고 대화해볼 수는 있었다.

맨체스터 시내는 붉은 벽돌로 지어진 건물들이 대다수였다. 시내 중앙에는 아무나 출입이 가능한 공공 도서관과 시청 건물, 그리고 대여섯 명이서 축구공을 주고받는 놀이가 한창 진행 중이던 아담한 크기의 광장이 있었다. 몇시간은 노트북을 충전시키며 블로그를 쓰기 위해 도서관 2층 구석의 푹신한 쇼파에서, 또 다른 몇시간은 하염없이 광장 뒤쪽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다. 맨체스터의 첫 인상이 오직 내 기억속에만 존재했던 빨간 유니폼을 입고 열광하는 축구 팬들의 분위기가 아니였듯이, 다른 유명 관광지를 여행하듯 멋진 건축물을 구경하거나 사진으로 담기 힘든 대자연이 펼쳐지는 도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은 혼자 사색과 고독을 즐기며 혼자 여행하려는 내 목적과 사람 사는 곳(특히 동양인이 하나 없는!)이라 친근하며 여유로운 맨체스터의 느낌이 맞았기 때문인듯 하다. 아이러니하게 축구 경기장 앞에만 갔다 오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 대학 탐방 이외의 내가 아는 것의 전부이자 말하자면 여행 목적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장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그 이유 때문이라도 나중에 한 번은 다시 들를 도시가 아닌가 싶다.

🇬🇧런던

EU탈퇴에 테러 위협까지 영국의 수도인 런던은 최근 들어 말이 더 많아진 도시이나 유럽 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여행객에게는 스테디셀러 같은 존재다. 인터넷 여기저기서 런던은 전에 몇 번을 가봤어도 다시 가볼 만한 도시다, 몇 주를 지내도 질리지 않는다는 사람들의 호평에 이른 아침 런던 행 고속버스를 타기 위해 맨체스터를 나서는 순간부터 기대를 많이 했다. 맨체스터가 단순히 시내 멀찍이 떨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홈 구장인 올드트래포드(Old Trafford) 덕분에 도시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면, 런던은 내가 다섯 번은 돌려 본 드라마 ‘셜록 홈즈’의 활동 무대 그 자체였기 때문에 가보지는 않았어도 도시에 대한 친밀감은 더 컸다.

런던의 호스텔은 좋았다. 런던 자체가 굉장히 큰 도시이기에 호스텔의 위치가 지도 상에서는 중심가와 가까운 거리 일거라 생각해 합리적인 가격에 예약했다. 위치는 내가 생각했던 ‘그리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숙박업을 대규모로 취급하는 곳이다 보니 개인 침대부터 공용 공간까지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만족했던 숙소 외에는 많은 것들이 불편했다. 간단하게 딱 잘라 말하면, 런던은 ‘돈을 쓸 준비가 된 사람’이 ‘같이 즐길 사람’과 여행하는 게 제일이다. 이러한 생각의 시작은 맨체스터에서 출발한 고속버스가 4시간여를 달려 런던 중앙에 위치한 빅토리아역에서 내리면서부터 출발한다. 여행의 여유로움과 자유로움, 그러니까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 뿐만 아니라 여러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러한 자유로움이 있기를 바랬다. 이것이 나의 ‘한 달 알바비로 한 달 여행하기’의 목적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그들이 여행을 바라보는 가치는 저마다 다를 수 있겠으나, 그러했던 나의 여행 목적을 고려하면 내가 갔던 도시마다 뚜렷하게 다른 인상이 새겨질 수밖에 없었다.

런던은 매력적인 도시였지만,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바삐 움직이고, 몰려오는 관광객들은 또 다른 의미로 바삐 움직였기에, 자유로운 영혼 마냥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싶은 나에게는 마치 내가 떨어졌어야 하지 않았어야 될 행성에 불시착한 이방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지극히 주관적인 런던에 대한 이번 여행에서의 생각 말고는, 런던은 역시 런던이었다, 셜록 홈즈에서 보던 그대로. 흐린 날씨와 칼바람은 어떻게 보면 배낭여행자의 고독한 느낌을 더 살려줄 수 있을 법했지만 2월 초의 늦겨울 바람은 너무 매서워 그러한 생각에 잠길 때 즘이면 옷을 뚫는 찬바람에 정신이 돌아왔다. 보고 싶었던 계란 모양의 시청사와 런던 동쪽의 타원 모양 건물, 템즈 강을 대표하는 타워 브릿지와 빅벤(공사중이지만..), 런던아이도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숙소 근처에는 런던 대학교에 속한 단과대학 혹은 종합대학이 몰려 있어 런던 대학생들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볼 수는 있었다.

그러한 건물이나 사람들의 움직임 보다 더 관심을 가졌던 것은 런던 전역에 크고 작게 펼쳐져 있는 공원들이었다. 분명히 한국을 포함해 동양권 국가에서 보기 힘든 초록색 잔디와 자유로운 분위기의 향연이지만, 여행객들은 그것들 중에서도 정말 유명한 공원만 잠깐 들렸다 간다. 다른 멋진 건물들이나 미술관, 특이한 문화를 접하기 위해 얼른 발걸음을 재촉하는 심정은 이해하나, 내 개인적인 취향이나 이번 여행의 컨셉에는 그런 공원들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음식에 대해서는, 영국의 음식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는다는 것은 이해하나, 딱 두가지, 일요일의 늦은 오후에 먹는 선데이 로스트와 아침 카페에서 여유롭게 신문과 커피를 마시며 먹는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꼭 먹노라 다짐하고 있었다. 마침 도착한 날이 일요일이라 선데이 로스트를 먹을 완벽한 기회는 있었지만 인터넷으로 가격대를 검색하고 난 후 (기본 15파운드부터 시작했던 걸로 기억) 마음을 접고 대략 3, 4일 째 되는 날 아침에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를 도전하러 길가에 보이는 아무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베이크드 빈즈를 정말 좋아해서 싱가폴에 있을 때 밥값을 절약해보고자 (지금 생각하면 참 쓸데 없는 생각이었는데..) 베이크드 빈즈와 감자를 사와 같이 먹곤 했다. 블랙푸딩이 포함된 가장 일반적인 세트를 시켰는데, 다른 것들은 내가 기대했던 맛이었으나 베이컨과 소세지는… 짜다 못해 산성이 강한 음식을 먹으면 혀에 가시가 돗듯이 짜서 겨우 먹을 수 있었다.

정신 없는 관광객 무리 속에 런던의 첫 인상은 그저 그랬지만 공부의 목적이든, 제대로 된 관광의 목적이든 간에, 이번에 내가 찾지 못한 숨은 재미를 찾으러 다시 올 것 같다.

🇩🇪뉘른베르크

뉘른베르크는 독일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독일 남부의 대표 도시 뮌헨이나 북부에 대표 도시 베를린, 쾰른과 같이 대도시이면서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시는 아니다. 대신에, 뮌헨 주에 속해 있는 역사적인 도시로, 근처에 위치한 비슷한 분위기의 밤베르크, 로텐부르크, 뷔르츠부르크와 같은 도시들과 묶어서 여행하곤 한다. 한 마디로 당일치기하기 괜찮은 도시. 나는 바로 전 도시였던 런던에서 4박6일을, 그리고 런던 북부의 스탠스테드 공항에서 하룻밤 노숙을 하고 오전에 와서야 뉘른베르크에 도착했기에 몰골은 말이 아니었고, 뉘른베르크에서 당일치기 여행 후 바로 프라하로 넘어갈 만한 체력도 없었기에 나름 괜찮은 호스텔을 1박만 예약했다.

뉘른베르크 도시 자체는 꽤 큰 편이지만, 우리가 여행가서 구경할 만한 구시가지는 작은 성벽에 둘러 쌓인 곳이 전부기에 마음먹고 돌아본다면 3시간도 충분하다. 호스텔은 이름이 잘 알려진 호텔 체인에서 배낭여행객용 저가 숙소로 내놓은 듯한 호스텔이라 다른 도시들과 비교해서는 가격이 좀 있는 편이였지만 가장 깔끔했고 방 자체도 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아웃을 함께 했지만 정작 시내를 둘러본 건 몇시간이 전부였기에 독일 중부의 이 작은 소도시에서 가장 처음 독일을 접했고, 그 모습은 내가 예상한 그대로였다. 덜컹거리는 돌길에 주황색과 벽돌색이 빛 도는 5~6층짜리 건물들의 지붕. 구름이 적당히 낀 밝은 날씨에 일요일이라 중앙 광장에서 조촐하게 열리는 전통 시장. 도시에 낯선 사람은 나 밖에 없는 듯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고, 잠을 못 자서 지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조그마한 구시가지를 몇 시간만에 돌아볼 수 있었다. 특히나, 도심 가장 북쪽에 위치한 성벽 위의 뷰포인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찍어준 내 사진들이 하나 같이 다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프라하

언제나 붐비는 동유럽 여행의 대표 도시 프라하에서 보낸 5일은 최대한 조용한 어딘가를 찾으려는 시도 속에 지나갔다. 계획했던 여행의 중간을 향해 달려가며 여행 전에 꿈꾸던 배낭여행의 자유로움, 활기, 즐거움과 실제로 여행을 다니면서 신체적, 정신적 체력의 약해짐과 활기롭게 돌아가는 주위에서 방황하는 자신에 대한 외로움이 상충하는 시기였다. 혼자 지내거나 노는 걸 좋아하는 체질이라고 생각했는데 진정한 외로움이라는 것은 생각하기와 다르다는 것을 느겼기 때문인지 이번 배낭여행의 목적을 외롭게 돌아다니며 무언가를 하자(생각의 정리와 20대 때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는 마음을 굳게 지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프라하의 전경은 블타바 강을 중심으로, 그것도 프라하의 중심에 위치한 그 유명한 까를교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우좌은 우리가 흔히 ‘동유럽’하면 떠오르는 주황 벽돌 지붕의 건물들이 마구잡이로 펼쳐진 좁은 골목길을 따라 펼쳐진 구시가지로, 내가 묶었던 호스텔이 구시가지 남쪽 입구에서 걸어서 15분 정도에 위치해 있었기에 넉넉했던 5일의 시간 동안 하도 많이 다녀 길을 외우다시피 했다. 구시가지의 중심에는 프라하 천문 시계탑과 탄 성모 마리아 성당(돈 내고 올라가서 풍경을 보는 전망대)이 있는 Old Town Square가 나온다. 여기서 이틀 째 되는 날인가 아니면 삼일 째 되는 날 모로코에서 온 한 아저씨를 만났다. 나는 특히 사람 얼굴을 잘 못읽는 편이라 나이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저씨라 단정하기는 미안했지만 그렇다고 형 혹은 더더욱 친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얼굴이었다. 단순히 한 배경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Old Town Square를 다 쏘아다니며 사진을 주고받으며 찍어줬는데, 그 뒤에도 해가 질 때까지 같이 돌아다니며 까를교를 갔다가 전망이 좋다는 리에그로비 사디(동쪽에 위치한 언덕)까지 가 사진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단순히 말 몇마디나 SNS 계정을 주고받은 게 아닌 반나절을 돌아다닌 첫 경험으로서 한 편으로는 신선하기도, 한 편으로는 힘들기도 했다.

까를교 좌측에는 흐라드(Hrad)라는 언덕길로 이어진 곳에서 각각 반대편으로 프라하 성과 페트린 언덕을 갈 수 있다. 한 마디로 강을 사이로 한 쪽은 비교적 평평한 평지에서 도심(구시가지)이 발달했고, 그 반대쪽은 언덕과 성이 있는 부촌이 발달한 것인데 이는 부다페스트와 상당히 비슷하다. 프라하 성은 프라하 여행하면 빼놀 수 없는 곳으로 입장료는 없지만 짐을 검사해야 하고 그 높은 언덕을 올라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내가 프라하의 야경보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훨씬 좋았다고 말하는 이유가 사람들이 프라하 여행오면 다 간다는 프라하의 3대 조망 포인트(탄 성모 마리아 성당과 까를교 양 측의 타워)를 돈 내고 올라가기 싫어 안갔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돈을 내지 않고 프라하의 전경을 볼 수 있는 곳은 페트린 힐과 프라하 성이 유일한데, 프라하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인지 눈으로는 잘 보여도 사진으로 찍으려고 하면 전경을 담기가 꽤 힘들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프라하 성을 뒤로하고 그 반대편에 위치한 페트린 언덕은 꽤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빙빙 돌아 올라가야 하는 전형적인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나무들 사이로 주황색 프라하의 시내가 보이고, 정상 근처에는 에펠탑을 따라 만들었다는, 그러면서도 전혀 담지는 않은 페트린 타워와 함께 공원이 있다.

추가로 숙소에 대해서 말하자면, 영국과 독일 같은 뭐든지 비싼 나라에서 물가가 본격적으로 뜨억 소리가 안나는 (한국과 비슷) 동유럽에 접어들었기에 숙박비에서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처음으로 호스텔의 이층침대에서 일층을 배정받았는데, 아싸 할 틈도 없이 내 성격에는 일층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자고 있더라도 이층이 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기내용 캐리어를 들고 올라가서 내 발쪽에 두면서 지냈는데, 원래 잘 때 가만히 자는 스타일이라 좁다고 느껴지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물건을 열어도 다른 사람이 볼 수 없어서 물건들 간수하기에도 훨신 수월했다.

🇦🇹비엔나

오스트리아는 유럽 여행에서 유일하게 ‘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곳이다. 어릴 때 읽었던 만화책(xx시리즈..)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수도인 비엔나부터 오스트리아 서쪽에 걸친 알프스 산맥 인근(잘쯔부르크)도 가보고 싶었다. 일정 상 비엔나만 들리는 루트로 계획하게 되었고, 프라하에서 길고 길었던 5박6일을 마치고 난 뒤에는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기차를 타고 비엔나로 이동했다. 철도가 두 도시 사이를 직선으로 이은 게 아니라 중간에 소도시들을 경유하다 보니 걸리는 시간은 고속버스를 타는 것과 똑같았고 가격 또한 똑같았는데 한 번 기차를 타보고 싶어 기차편으로 예매했다.

물가가 비교적 저렴한 동유럽 내에서도 비싼 오스트리아라 적당한 가격선의 숙소를 찾느라 애를 먹었다. 도저히 시내와 가까운 곳에 내가 지불할 만한 숙소가 없었기에 시내까지 걸어서 3~40분 정도 걸리는 위치에 전혀 저렴하지 않은 가격으로 호스텔을 예약했는데 결과는 완전 꽝이었다. 침대나 화장실이 조금 드럽거나 방이 좁은 건 차라리 이해하겠는데, 내 침대의 일층 침대에는 매일 밤 여장하고 나가는 뚱뚱한 할아버지가 자고 있었질 않나, 다른 쪽 침대에는 내가 바로 잠들지 않으면 바로 코고는 소리가 새벽 내내 계속됐다.

숙소에서의 안좋은 기억은 뒤로하고 전반적인 비엔나의 분위기를 보자면 정말 만족스러웠다. 비엔나 시내는 그리 크기 않고 시내를 둘러싼 링 로드가 있어 교통이 편리하기에 시간이 충분치 않은 여행객들은 딱 하루 만에 시내를 둘러보는데(사실 집약적으로 둘러보려면 하루 종일도 남아 보이긴 한다), 3일 내내 맑았던 날씨와 한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도착한 첫날에 갔던 쇤부른 궁에서는 친구끼리 여행온 일본인 친구 두 명을 만났는데, 역시나 모두 착했다. 원래가 대부분 착한건지, 들리는 바와 같이 일본인들은 본심을 잘 숨기는 건지, 해외에서 만난 수 많은 일본인들은 모두 착했던 기억이다. 아무리 유명하다지만 미술품 몇 점을 보자고 비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건 아닌거 같아 겉만 맴돌았지만 쇤부른 궁이나 벨베데레 궁이나 공원을 산책하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었다. 시내를 돌아다니면서도 전체적인 규모는 작지만 깔끔한 느낌, 그리고 동유럽에서 중심이 되는 패셔너블한 도시임에 그런지 재밌게 둘러볼 수 있었던 여러 패션 가게들이 심심함을 덜어주었다.

본래 비엔나에서 해보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는-누구나 다 그렇듯-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보는 것이었다. 내가 한 달 여행의 모든 계획과 일정들을 여행 전 미리 정리하고 예약까지 마칠 정도로 부지런한 성격은 아니기에 바로 전 도시인 프라하에서 공연을 볼까 하고 사이트를 뒤졌지만 하필 내가 비엔나에 머물던 3일이 일년에 한번 뿐이던 무도회가 열리는 기간이라 줄곧 기대해왔던 단돈 4유로로 즐기는 오페라는 멀리 물 건너 갔다. 대신, 오페라 하우스를 끼고 조그만 광장과 정부 청사들이 몰린 호프부르크 왕궁과 헬덴 광장, 왕궁정원 등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마침 책을 읽겠다는 집념 하에 한국에서 가져온 책 한권을 읽든 말든 거의 매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정원에 머물면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브라티슬라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에서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까지는 차량으로 한 시간 밖에 안걸리는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들이다. 다음 목적지인 부다페스트를 가는 길목에 위치해 이동경로 상으로도 완벽하고 이왕 유럽에 온거 갈 수 있는 곳은 최대한 많이 가자는 생각에 떠올린 곳이었는데, 비엔나에서 다음 행선지로 이동할 버스 티켓을 알아보는 와중까지도 과연 가도 할게 있을지 확신이 안섰다. 대부분이 당일치기로 다녀왔다는 블로그의 후기들에는 한결같이 참 볼건 없지만 ‘그래도’ 당일치기로 한 번 가보긴 좋다는 의견들이었기에 긴가민가 했으나 그래도 한 번 가보기로 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걸려 도착한 브라티슬라바는 버스 터미널 부터 시골의 향기가 느껴졌는데, 열심히 걸어 시내랍시고 소개하는 구역에 도착했을 때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 도시에서 유명한 게 있다면 시내 한 쪽 구석 언덕에 위치한 브라티슬라바 성과 도시 곳곳에 위치한 나름 귀여운 조각상들이다. 브라티슬라바 성은 시내를 가로지르는 도나우 강과 브라티슬라바의 전경을 보기에 괜찮은 곳이었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추천하던 조각상들은… 사실 잘 모르겠다. 위 사진에 낑겨있는 Man at Work라는 조각상이 유명한데, 하수구(진짜 하수구는 아닌듯) 뚜껑을 살짝 열어 젖히고 밖을 내다보는 노동자가 익살스럽게 조각돼 있다. 그런데, 딱 저게 전부… 블로그 후기들에 보자 하니 저 조각상 말고도 몇몇 유명한 조각상이 있데서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이미 없어진 조각상들도 꽤 있었다.

일반적인 여행객의 시선으로 볼 때 반나절 이상 있을만한 곳인지 조차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지만, 나야 뭐 원래 북적북적한 곳보다 관광객이 별로 없는 한산하고 요새같은 곳이 좋기에 하룻밤 머무는 곳으로는 사실 그리 나쁜 경험은 아니었다.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는 딱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낑겨진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곳인데(사실 관련도 없음..ㅋ), 4박6일을 머무면서 매일 매일이 전혀 지루하지 않던 곳이었다. 비엔나와 마찬가지로 열심히만 돌아다닌다면 부다페스트 역시 하루만에 도시를 다 돌아볼 만큼 큰 도시는 아니다. 다만 도시의 분위기 자체가 나를 압도했는데, 브라티슬라바에서 버스를 타고 부다페스트 외각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 진노란색 트램의 색깔과 약간은 흐린 날씨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시내에 도착하니 트램들부터 지나가는 택시들까지 노란색의 향연이 펼쳐졌다. 예술과 조예가 깊은 사이는 아니여서 단순히 예쁜 색깔들과 모양들로 쉽게 감동받는 스타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딱 상하이와 부다페스트 두 도시가 색감적으로 정말 예쁘게 다가왔다. 상하이는 어두운 밤의 노란색으로 빛나는 건물들과 도로의 초록색 그리고 빨간색 불빛들이 너무나 오묘하게 잘 맞아 떨어졌고, 부다페스트에서는 구름낀 흐린 날씨의 역시나 베이지톤으로 어두운 건물과 길들 그리고 노란색 트램과 택시, 초록색 다리와 강물의 색깔이 완벽하게 마음을 사로잡았다.

도시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마음에 들었던 것은 숙소에서 다리를 건너면 바로 보이는 도나우 강 옆의 갤레르트 언덕이었다. 부다페스트에서 유명한 3대 야경 포인트(갤레르트 언덕, 부다 성, 어부의 요새) 중 하나로 정상에 올라가서 시내의 전경을 보기에도 좋지만, 강가를 따라 걸으며 거칠게 생긴 언덕의 모습을 보는 것도 아름다웠다. 한국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강가 바로 옆에 거대한 언덕이 자리잡은 걸 본 적이 없기에 더욱 신기하게 다가왔을 지도 모른다. 어쨋든 길다면 굉장히 긴 6일간의 일정 동안 갤레르트 언덕에서 총 3번을 오르내렸다. 옆쪽에는 큰 공원도 있는데, 정말 한산하고 조용해서 혼자 다니면서 책을 읽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기대했던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기대 이상이었다. 프라하에서 기대하면서 봤던 야경이 기대 이하였기에 모두 시내와 정말 가까워 사진으로 찍어도 야경이 잘 담기는 갤레르트 언덕, 부다 성, 어부의 요새는 많은 한국 관광객들의 수가 이해가 갔다. 덕분에, 다른 도시들에서는 보통 6~7시가 되면 숙소로 돌아왔는데(겨울이라 해가 일찍 짐), 부다페스트에서는 밤 11시가 되도록 거리를 돌아다니곤 했다.

한 달 여행의 일정을 큼직하게 나누자면, 영국 섬에서의 일주일, 동부 유럽에서의 이주일, 다시 이탈리아에서의 일주일이였기에 3주 차가 끝나는 날 부다페스트에서 비행기를 타고 나폴리로 갈 예정이었다. 영국에서 저가항공을 타고 뉘른베르크로 날아왔던 것과 같이, 부다페스트에서도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새며 새벽 비행기를 타고 나폴리로 넘어왔다. 저가항공사들 중에서도 가장 저렴한 항공 편들은 대부분 새벽에서 아침 시간대에 있는 듯.

🇮🇹나폴리

여행 루트에 나폴리를 넣은 것은 꽤 우연이었는데, 부다페스트까지 경로를 얼추 짜 놓고 나니 육로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던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가는 건 별로 안좋아 보였다. 부다페스트발 저렴이 비행편들을 찾아보던 끝에 발견한 게 나폴리였는데, 의도치 않았지만 나폴리를 추가한 덕분에 나름 북쪽이였던 유럽(영국)과 남부를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걱정됐던 건 앞선 도시들보다도 이탈리아 전체의 치안이 안좋다고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데 혹여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뭐, 한 달 여행했어도 안전했던 사람이 있는 반면에 한 도시에 하루만 있었음에도 소매치기를 당하는 케이스도 있으니 나폴리의 전반적인 안전에 대해서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나의 경우에는 어찌됐든 안전하게 여행을 마쳤다는 점.

나폴리의 숙소는 대부분 나폴리 중앙역 근처나 나폴리의 해안가 근처, 총 두 부분에 모여 있다. 나폴리 한 도시만을 구경할 예정이라면 내가 묶었던 것처럼 해안가 근처가 낫겠으나, 많은 사람들이 나폴리를 거점도시로 삼아 폼페이나 소렌토, 포지타노와 같은 남부 이탈리아를 묶어서 여행하니 그런 사람들이라면 기차 이동이 편리한 중앙역 근처가 낫겠다. 나폴리의 첫 인상은 한국의 시골스러운 분위기로 너무나 친근했기에 친근함을 넘어서 이질감이 들었다. 왜 친근함을 넘어서 이질감이 들었느냐..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폴리 시내 북쪽에 위치한 나폴리 국제공항에서 편도 4~5유로 하는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는데, 구글맵으로 확인하니 공항에서 해안가에 위치한 숙소까지 걸어서 1시간20분 정도가 걸리길래 뭐, 걸어가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폴리 외각의 좋게 말하면 ‘시골 마을 스타일’, 안좋게 말하면 ‘빈민촌’을 지나갔는데, 처음에는 익숙한 풍경에 외지인은 나 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더해져 좋았지만 점점 가면서 험해지는 길과 개똥이 말 그대로 길거리에 자갈돌 만큼 있는 풍경에 경악했다.

나폴리의 외곽과는 다르게(물론 신기한 풍경이었기에 외곽도 나름 좋았음) 나폴리의 해안은 여행 중 처음 보는 바다여서 그런지 시원시원한 느낌이 좋았다. 나폴리의 해안은 나폴리 만을 둘러싸고 반대 쪽에 삐죽 튀어나온 소렌토 반도와 그 중간에 위치한 베수비오 화산이 보이기에 나폴리의 바다를 바라보면 항상 쌍봉낙타의 등처럼 볼록 쏫아오른 베수비오 산과 저 멀리의 소렌토 반도가 보인다. 이튿 날에는 사전에 구글로부터 많은 검색 끝에 추려낸 나폴리 피자 맛집 한 군데를 찾아 원조 나폴리 피자 한 판을 맛봤고, 나폴리 시내 중간 언덕을 올랐다. Castel Sant’Elmo라는 성이 위치한 언덕인데, 그동안 둘러봤던 여느 도시들의 언덕 전망 포인트와 비슷하게 나폴리 시내 전체와 한쪽 멀리서는 바다+베수비오 산을 볼 수 있었다.

🇮🇹로마

여행 중 가장 길었던 6박7일이라는 시간을 로마에서 보냈다. 사실 역사적인 도시를 흥미롭게 둘러보려면 그 도시에 대한 어느정도의 사전 지식을 갖추었어야 하는데 충동적인 여행의 시작에서 남는 시간을 역사 공부에까지 할애할 여유는 없었다. 역사 공부가 부족했다고 밝히는 이유는 단적으로 말해서 거진 일주일 동안 보냈던 로마에서의 시간이 생각했던 것 만큼 좋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약간은 번외로, 로마에 도착한 날 호스텔에 체크인을 하러 들어가는 도중 생애 처음으로 소매치기를 당할 “뻔” 했다. 당시는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시기로 아직까지 유럽 전역이 대부분 추운 날씨라 두터운 패딩을 들고 갔는데, 도시에서 도시를 이동할 때면 어김없이 캐리어나 가방에 자리가 부족해 두꺼운 옷이라고는 모두 껴입어야 했다. 이탈리아는 아시다시피 그렇게 추운 날씨가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며 한 손으로는 캐리어를, 다른 손으로는 도착해서 체크인도 하기 전에 들렸던 한인마트에서 사온 라면들을 드느라 한 달 동안의 유럽 여행 중 ‘처음으로’ 내 핸드폰을 패딩 주머니 안에 넣어놓고 있었다. 호스텔 문을 여는 찰나, 뒤에서 남자 두 명이 따라붙더니 문을 잡아주길래 땡큐라는 말이 나오려는 찰나.. 본능적으로 좋지 않은 느낌이 들어 바로 멈춰서 주머니를 뒤적이니 핸드폰이 없었다. 바로 뒤를 돌아서 What the..를 외치자 남자 한 명이 멋쩍은 듯이 지 손에 있던 내 핸드폰을 돌려주고는 니 하오 하고 갔다. 어쨋든, 어처구니 없게 여행 막바지에 핸드폰을 털릴 뻔 했다는 거..

3월달이 비수기였는지 로마에서의 호스텔은 안 그래도 방 하나에 침대 두 개라는 넓직한 공간에 추가로 2박은 아예 사람이 안와 혼자 지냈다. 위치는 로마 중앙역 근처에 위치해 로마 도심의 관광지들 까지는 대략 30분, 바티칸 시국 까지는 걸어서 1시간 여를 가야 했던 위치였다. 첫 날은 여유롭게 콜로세움 근방을 돌아봤고, 이튿 날 일요일에는 교황이 진행하는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늦었지만) 조금 일찍 일어나 바티칸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많았고, 미사가 시작하는 정시간에 도착하지 못해 먼 바깥쪽에서 소리만 들어야 하나 라고 생각하던 순간 입석으로 미사를 볼 사람들을 들여보내 준다는 낌새를 알고는 나도 들어가 미사에 참석했다. 참 짜증났던 건 들여보내주는 경비가 안에서 핸드폰 촬영은 철저히 금지라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했음에도 기회가 되면 자기들 머리 위로 핸드폰을 높이 치켜들어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던 사람들..

어느 도시를 가든, 어느 계절에 가든, 얼마나 예산을 들고 가든, 유럽 여행에서 하나의 룰이 있다면 역시 쇼핑이 빠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람들이 ‘유럽에서 명품 쇼핑하면 오히려 돈을 버는 겁니다’라고 어처구니 없이 말하는 바에 대해서는 하나도 공감을 못하겠지만, 쇼핑이 하나의 트랜드라는 건 부정할 수 없으니까. 사람들은 주로 들고오기도 간편한 가방이나 지갑 등 액세서리 류를 주로 사오는 것 같던데 나는 그런데 관심이 없는 관계로 이탈리아 브랜드인 스톤 아일랜드에서 후드집업이나 하나 사고, 바티칸 앞의 성물 가게에서 금 묵주반지를 하나 샀다. 둘 다 각각 200유로 초반 정도였다. 지금도 묵주반지는 맨날 끼고 다니는 중.

로마에서 보내는 시간은 굉장히 여유로웠기에 가볼 수 있는 곳들은 대부분 돌아다녔다. 내가 역사공부를 안했던 탓인지, 아니면 정말 특이해서 일반적인 무엇보다 다른 무언가를 지향하는 탓인지, 로마의 건축물 보다는 해가 막 지고 난 저녁 어스름 무렵의 로마의 하늘과 나무들이 좋았다. 날씨가 참 신기하게도 영화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것처럼 맑은 하늘과 하얀 구름이 완벽한 비율로 섞여 있는 하늘이 여행 내내 대부분 계속되었고, 로마 시내에 있는 구부정한 나무는 한 번도 어디선가 보지 못했던 관경이기에 아름다웠다. 마치 외국인이 한국에서 소나무를 본 격이랄까.

그랬기에 하루는 빈둥빈둥 커피나 마시고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다른 하루는 오래된 쇼핑 골목을 탐방하면서, 다른 하루는 유명한 관광지만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보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 가장 첫 날에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만 있었던 탓에 공항버스를 타고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도착해 시내를 잠시 살피고, 공항으로 돌아와 12시간동안 밤을 지새고 공항에서 샤워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마무리하며

여행의 끝마침에는 즉각적인 감동이나 여운이 들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일상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어느 쪽으로부터 여행이 시작됐던 간에, 그리고 남이 혹은 심지어 자기 자신이 그 여행에 대한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던 간에 여행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간헐적으로 당신의 인생에 긍정을 불러 일으킨다.
왜냐하면, 반 고흐가 살았던 시대에는 그의 작품이 술 한 잔의 가치로도 평가되지 않았음에도 미래의 평가가 달라지듯이, 여행에서 돌아와 숨막히는 일상에 다시 부딫히고 헛된 돈과 노력을 여행에 낭비했다고 남이 나에게 심지어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러한 생각이 들더라도, 그러한 기억들이 언젠가는 나에게 긍정적으로 되돌아오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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