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Ep.5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붙어 있는 수도, 비엔나와 브라티슬라바

Day 14
Prague_Sophie’s hostel, Hlavní nádraží (bus terminal)

Wien_Wien Hauptbahnhof (vienna central station), Do step Inn hostel, Schönbrunner Schloss Park

Day 15~17
Wien_Belvedere Superiore, Stadtpark, Wiener Staatsoper, Heldenplatz, Burggarten, Maria-Theresien-Platz, Rathaus Park, Volksgarten, Michaelerplatz, Domkirche St. Stephan, Katholische Kirche St. Peter

Day 17
Wien_ Wien Hauptbahnhof

Bratislava_Mlynské nivy (bus terminal), Bratislavsky hrad, St. Martin’s Cathedral, Blue Church of St. Elizabeth, Michalka Brana, Slavín

<프라하 버스터미널 Praha Hlavní nádraží>20190227_085848

프라하에서의 마지막 날,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에서 캐리어를 끙끙거리며 끌고 독일에서 체코로 넘어올 때 도착했던 그 프라하의 중앙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여행자에게 불친절한 도로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쓸쓸함과 혼자 다님에 익숙한 나 같은 사람은 이렇게 아름답고 북적거리는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건지 최대한 빨리 다음 도시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많은 배낭여행객들은 동유럽 국가들의 대표주자이자 붙어 있는 체코와 오스트리아를 여행할 때 갈등을 겪곤 한다. 체코에서는 수도인 프라하와 그 밑에 당일치기 도시로 유명한 체스키 크룸루프, 그리고 오스트리아에서는 서쪽 끝의 잘쯔부르크와 동쪽 끝에 수도인 비엔나가 위치하기에 동선 상 이동방향을 정하기가 까다롭다. 나는 내가 계획했던 이번 여행의 유럽 나라들 중에서 오스트리아를 가장 기대하고 있었는데, 알프스와 오페라 하우스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실제로 많은 여행객들도 오스트리아 서쪽 끝의 잘쯔부르크 근방(장크트길겐, 할슈타트) 쪽의 알프스 산맥 투어나 비엔나에서 빠지지 않는 오페라 하우스를 들리곤 한다. 예산과 동선 상 어쩔 수 없이 오스트리아의 두 도시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을 때 나는 오페라를 택했고, 여행 중에 오페라 일정을 부리나케 찾아보다 내가 들리는 4일 간의 일정 중에는 오페라 공연이 없다는 걸 보고는 다른 도시들 처럼 그리 많은 기대를 품고 떠나지는 않았다.

20190227_090013

과거의 유럽여행에는 기차를 타고 도시간 이동을 하는 무언가 휴양과 관광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강했다면 요즘에는 꽤 많은 배낭여행객들이 고속버스로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기차와 비슷한 속도로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슷한데 대게 가격은 저렴하고 무조건 중앙역에 정차하는 기차와는 다르게 도착지에서의 선택권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일정 동안 버스로의 이동을 계획하던 중에 프라하에서 비엔나로의 이동은 버스나 기차나 가격이 똑같다는 걸 봤고, 유로스타나 고급진 1등석 차량의 기차편은 아니지만 경험삼아 기차를 타보기로 정했다. 내가 타려는 기차 편명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규모가 꽤 큰 기차역에서 플랫폼 넘버가 출발하기 단 15분 전에서야 알려준다는 점이 아침이라 정신도 없는데 날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20190227_090916

커다란 돔 형태의 프라하 중앙 기차역. 외국에서나 한국이나 기차를 타본 적이 많이 없기에 플랫폼 밑에 보행로가 있고 지상으로 올라와 기차를 탄다는 점이 재밌었다. 우리가 자주 타는 지하철이 주로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구조이니 완전히 반대인 셈.

20190227_091043

표 값은 약 2만원 정도였는데, 좌석이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이건 고속버스도 마찬가지. 좋은 기차편은 아닌 것 같아 기차의 머리칸으로 가면 1등석이나 2등석이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가장 저렴한 표를 샀기에 꼬리 칸의 ‘low cost’라고 붙어져 있는 곳에서 탑승을 시작했다.

20190227_092118

좌석은 앞뒤로 2좌석씩 마주보고 있는 형태로 내 옆에는 나와 같은 배낭여행객 한 명이, 내 앞의 두 좌석에는 중국인 커플이 앉았다. 예상대로 기차는 완벽한 정시에 출발했고 익숙해졌던 프라하의 벽돌색 건물 지붕들을 보며 비엔나로 향했다.

20190227_114934

기차는 단번에 비엔나로 향하지 않았고, 체코의 동남부에 위치한 두번째로 큰 도시 브르노에서 잠시 경유한 뒤 다시 비엔나로 향했다.

20190227_134834

비엔나의 중앙역. 딱히 뜻을 찾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독일에서부터 동유럽 국가들을 이동하면서 중앙역이라는 뜻인 ‘Haptbahnhof’의 어감에 익숙해져갔다. 아침부터 이동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사실 슈퍼에서 빵 쪼가리라도 몇 개 사왔어야 하는데) 중앙역 지하에 위치한 서브웨이에서 아침 겸 점심을 떼웠다. 저렴한 속재료에 오후에도 남은 샌드위치를 먹으려고 풋 롱 사이즈를 시켰는데 가격이 단품으로 9천원이나 나와서 굉장히 당황했다. 안그래도 비싼 비엔나 물가에 관광객이 많은 중앙역 버프를 받아 비싸진듯.

20190227_135231

동유럽의 물가는 대체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개중에서 오스트리아는 특히 물가가 비싸다. 체코나 헝가리 같은 나라들은 한국보다 약간 저렴한 편이라면 오스트리아는 한국보다 비싼 편. 역시 평균적인 물가가 비쌌기 때문에 예산에 맞는 저렴한 호스텔을 찾기도 어려웠다. 앞서서 여행한 도시들에서 깨달은 점은 오히려 저렴하다는 장점 하나로 시내와 너무 먼 숙소를 고르면 힘든 건 둘째치고 어쩔 수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때 그보다 많은 돈이 들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비엔나에서 숙소는 비엔나의 서쪽 중앙역(Wien Westbanhof) 근처에 위치한 곳이었는데, 나는 그래도 중앙역 근처라길래 교통이 괜찮을 줄 알았는데(최소한 버스 정류장이라도), 거의 모든 버스나 기차는 비엔나 중앙역에서 내렸기에 나는 5천원 정도를 주며 트램을 타거나 호스텔까지 1시간 거리를 걸어가는 선택지가 있었다. 뭐, 당연히 따지지도 않고 돈을 아낄 겸 1시간 정도야 걸어가기로 결정.

20190227_143246

숙소로 걸어가던 중, 물론 시내는 여느 관광도시 못지 않게 여행객들이 많은데 숙소가 약간 외곽에 있다 보니 꽤 조용한 도시의 면도 느낄 수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도시를 구경하는 것도 다 좋은데, 문제는 이 날 날씨가 무진장 더웠더는 것. 캐리어도 꽉차고 배낭도 꽉찼기에 어쩔 수 없이 두터운 패딩을 입고 있을 수 밖에 없어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숙소로 향했다.

20190227_15144120190227_151449

비엔나에서 2박을 했던 숙소. 지금 내가 봐도 상당히 안좋아 보이지만 이 당시에는 물불을 가릴 형편이 아니었다. 화장실도 나름 괜찮았고, 침대도 그러했는데 옆쪽 침대에서 자던 할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그렇게 컸다. 나름 주변 소음에 방해받지 않고 잠드는 편인데 처음으로 이래서 귀마개를 가지고 다니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듯.

20190227_162635

오후에야 숙소에 도착했고, 비엔나의 중심 시내는 하루만에 둘러보기에도 충분한 크기였기에 숙소보다 더 외곽에 위치한 쇤부른 궁전을 먼저 가보기로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에 하필 이런 날에만 선글라스를 까먹고 나와서 얼굴을 찌뿌리며 40여분을 걸은 후에야 노란색 건물이 보였다. 중간에 미리 한국에서 여행을 준비하며 얻은 정보인 비엔나의 전기스쿠터를 타볼까 했으나 핸드폰 앱에서 ‘헬맷을 안쓰고 달리면 벌금’ 이라는 말에 무서워서 그냥 걸어갔다. 나중에 보니 헬맷을 쓰고 타는 사람이 없더라 ㅋㅋ

<쇤부른 궁전>

20190227_16325820190227_165621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노랑빛의 쇤부른 궁전. 궁전 안을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고 궁전 뒤쪽에 있는 넓은 공원은 궁전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20190227_16343620190227_201504

ㅋㅋ 수줍게 사진 찍어달라고 하고..

20190227_173424

나는 처음에 궁전 뒤편을 보려면 무조건 관람권을 사야 하는 줄 알고 사진을 여러장 찍은 뒤 밴치에 앉아서 아침에 싸왔던 서브웨이 샌드위치로 저녁을 해결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근데, 궁전 옆쪽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왔다갔다 하길래 가보니까 공원은 당연하게도? 무료였던 것. 해가 거의 다 들어가는 중에 저 넓은 공원 끝에 있는 언덕에 오를까 말까 고민하다 빨리 가보기로 결정.

20190227_174414

좋은 전망은 아니지만 쇤부른 궁전과 뒤쪽에 비엔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190227_174806

언덕을 다 오르니 보이는 웅덩이와 예쁜 건물. 왕가의 휴양지 같은 곳이었으니 여름에 앉아서 차나 홀짝 하는 곳이 아니었을까? 라고 추측을..

20190227_174922

또 여행온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고,

20190227_175037

사진을 찍어준 도쿄에서 온 일본 친구들. 레드벨벳을 좋아한댄다..

20190227_180212

날이 어둑해져 가니 노란빛 전등이 나온다.

20190227_183148

피곤해서 숙소로 돌아가려는 와중에 다시 사진을 찍어보려고 앞쪽 쇤부른 궁전으로 갔다. 관광객들은 거의 다 집으로 돌아갔고 한산해서 그냥 앉아있기도 좋았는데 7시가 되니 문닫는다고 나가래서 다시 숙소로 향했다.

20190227_191518

숙소로 돌아가는 중에 저녁 즈음 먹은 샌드위치가 부실해서 무언가 사가기 위해 근처 슈퍼마켓에 들렸다.

20190227_191631

이 사진을 찍은 이유는 아마도 바로 전 도시인 프라하의 슈퍼마켓에서 딱 저렇게 삼각형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 방울토마토를 한 7~800원에 구매했는데 비엔나에서는 거의 3,000원 가까이 하길래 찍은 듯 하다. 이렇게 그나마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의 슈퍼마켓 물가가 저렴했기에 그나마 과일을 사 먹을 수 있었고, 다른 도시에서는 가격대비 포만감이 가장 큰 빵쪼가리만 계속..

20190227_191623

평범한 슈퍼마켓의 모습인데, 오스트리아를 포함해서 동유럽 국가들은 이 BILLA라는 똑같은 슈퍼마켓 브랜드가 계속해서 보였다. 과일이나 공산품이나 거의 파는 제품군도 비슷한데 나름 도시마다 가격 비교해서 놀라는 맛이 있다. 비싼 비엔나처럼..

20190228_105422

두번째 날, 역시 첫째 날과 마찬가지로 하늘에는 쨍쨍한 햇빛과 파란 하늘만이 보였다. 숙소에서 시내로 가는데도 빠른 걸음으로 최소 30여분이 걸렸는데, 걸리는 시간은 둘째 치고 시내에 몇번을 왔다갔다 하다보니 가는 도중에 별로 할게 없었다. 인근이 주거 구역이라 똑같은 길만 왔다갔다..

20190228_105711

시내로 향하는 도중 귀엽게 집 앞을 꾸며놔서 사진 한 장

<Naschmarkt 전통시장>

20190228_110943

시내로 향하는 중간에는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나슈마르크트라는 전통시장이 있다. 한국의 광장시장이나 지방 5일장 같은 곳들은 길게 뻗은 메인도로에서 가지처럼 이곳저곳 뻗은 게 특징이라면, 이 시장은 완벽하게 일자로 뻗어있고 과일, 올리브, 치즈, 전통과자들을 파는 상인들과 가게 밖 테이블에서 술을 먹을 수 있는 주점들이 간혹 보였다. 전통시장이기에 비교적 저렴한 물가에 길거리 음식을 먹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역시나 기대와는 달리 음식이라곤 케밥.. 밖에 찾아볼 수 없었다.

전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주말장에서도 파는 음식들은 모두 케밥 같은 음식밖에 없었는데 유럽에 이민자들이 많이 유입되서 그러한 건지 아니면 딱히 자국의 길거리 음식이라고 내세울 만한 게 없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시장은 꽤 길어서 10분은 넘게 쉬지 않고 걸어야 끝을 볼 수 있었는데, 처음에는 가끔 보이는 케밥 집에서 점심을 뗴우려다가 후반부로 가니 과일이나 생선을 파는 노상들밖에 없고 다시 돌아가기는 귀찮아 이 시장 내에서 점심을 해결하지는 않았다.

사진은 비엔나의 이 시장뿐만 아니라 독일을 포함한 동유럽의 많은 시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인데, 특히나 저 올리브를 파는 가게는 보기에 생소하면서도 사가는 고객들이 많은지 똑같은 올리브를 파는 상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끊이질 않았다.

한국의 시장과 비슷하게 상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한 번 맛보라며 이쑤시게 끝에다가 올리브 하나를 콕 찝어주는데, 예전에 나였다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서라도 먹어보고 가겠으나, 아니 혹은 완전히 빈털터리 컨셉으로 다녔다면 얼굴에 더 철판을 깔고 배를 채우겠으나 이상하게 용기가 나지는 않아서 먹어보지는 못했다는..ㅎㅎ

20190228_111526

시장 중앙에 보였던 한국 식재료점. 아시아 샵도 아니고 딱 한국이라고 써 있길래 싸고 많은 한국 제품이 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 볼 건 없었다.

20190228_112642

그리고 시장 밖에 나와 바로 횡단보도를 건너 먹었던 케밥. 배를 대부분 빵쪼가리로 때우고 다녔기 때문에 가게에서 먹는 시간들은 꿀처럼 느껴졌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케밥을 많이 파는지 궁굼함..

<벨베데레 궁전>

20190228_130025

그 다음으로 향한 곳은 시내의 동남쪽에 있는 벨베데레 궁전이었다. 개인적으로 공원이나 궁전의 외관이나 모든 점은 노랑빛의 쇤부른 궁전이 이곳 보다는 앞섰는데, 벨베데레 궁 내부 미술관에 유명한 명화인 클림트의 ‘키스’가 전시되어 있기에 그런 듯 하다.

20190228_143804

벨베데레 궁이나 쇤부른 궁이나 한 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궁이 해를 등지고 있어서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사진을 찍으면 흐리게 나온다는 것…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20190228_150847

앞서 말했듯이 프라하의 다음 행선지로 비엔나를 선택한 이유는 비엔나의 오페라 하우스, 그 중에도 오페라 공연 3~4시간 전에 가면 단돈 5천원 정도에 입석으로 오페라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대게 공연은 주중의 2~3회씩은 있으므로 비엔나에서 최소 1박2일을 한다면 충분히 볼 기회가 있겠으나 딱 내가 비엔나를 들렸던 기간은 1년에 한 번 ‘오페라 볼’이라는 공연을 했기에 일반적인 오페라 공연은 없었다.

20190228_151212

Albertina 박물관에서 바라본 비엔나 오페라하우스. 으리으리한 건물의 내부를 꼭 두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굉장히 아쉽긴 하다. 다음 번에 비엔나에 들릴 일이 있다면, 그 때는 꼭 오페라와 돈 없어서 못먹었던 비엔나의 3대 카페를 방문해 보고 싶다.

20190228_152310

오페라하우스를 지나 왕궁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오스트리아 국립도서관이 보이고,

20190228_155936

호프부르크 왕궁 앞에는 동그란 미하엘 광장이 있다. 왕궁 바로 앞에는 관광객들을 위해 백마 2마리가 끄는 마차 여러 개가 서 있는데, 런던에서나 여기에서나 말 근처는 말똥냄새가 정말..

<헬덴광장>

20190228_161300

비엔나에서 가장 좋았던 장소를 꼽으라면 첫째 날에 갔었던 쇤부른 궁전과 사진에 보이는 잔디가 넓게 펼쳐진 호프부르크 왕궁 안쪽의 헬덴광장이다. 파란 하늘과 그냥 노란색 건물이 아닌 신기한 색감의 건물 그리고 녹색 잔디. 런던의 러셀스퀘어에서 몇 시간동안 앉아 있던 그 더러운 잔디를 생각하면 여기서는 가방을 베고 누워 있어도 상쾌할 정도로 잔디도 깨끗했고, 누워 있을 때 보이는 파란 하늘과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좋았다.

20190228_161704

물론 혼자서 누워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지만..

20190228_162137

유럽여행 중 들고다녔던 책은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었다. 가끔씩 숙소에서 별로 안나가고 하루를 떼운 날들이 있었는데 그런 날들은 보통 이렇게 공원에서 책을 읽었답니당..

20190228_182338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왕궁의 야경을 보고

20190228_185724

야경이 멋있다는 비엔나 시청과 의사당 쪽으로 향했는데 공사 중이라 의사당은 패스하고 비엔나 시청 앞에는 슬슬 날씨가 더워져서 마지막 시즌을 달리는 듯한 스케이트 장이 있었다. 단순한 트랙 형태의 스케이트 장이 아니라 꽤 그럴듯 하게 스케이트 장을 뺑 도는 트랙도 있어서 재밌어 보였다.

20190301_120001

세번째 날 역시 날씨는 맑았고, 두번째 날 시내의 대부분을 돌아봤기에 똑같이 배낭에 책과 물 한통을 챙긴 채 좋은 시간을 보냈던 호프부르크 왕궁 뒤편의 헨델 광장 쪽으로 향했다. 사진은 비엔나 자연사 박물관과 미술사 박물관이 양쪽에 마주보고 자리한 Maria-Theresien-Platz 라는 곳인데, 유럽여행 처음으로 호되게 당했던 곳이기도 했다.

광장을 대충 둘러보고 별게 없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는 찰나 집시 차림의 여자가 이어폰을 꼽고 걸어가는 내 팔 사이에 반강제적으로 꽃 한송이를 꽃았다. 가장 처음에 든 생각은 박물관 바로 앞이기에 어떤 이벤트지 않을까 하다가 1초만에 바로 꽃을 사게 만드는 무리 중 한명임을 직감해서 안 받는다고, 돌려준다고 말해도 오히려 꽃을 준 여자 쪽에서 다시 안받는 다는 것이 아닌가.. 어이없어서 안받는다, 또 지도 안받는다 하면서 돈을 요구하는 상황 속에서 옆의 다른 여자가 오더니 2:1로 말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영어로 해도 대꾸는 지들 나라 언어로 하는게 짜증나서 꽃을 그냥 던지니까 내 손에 있는 선글라스를 뺏어가는 거… 다시 가져오긴 했는데 이년 때문에 선글라스가 망가졌다 ㅠㅠ

결론적으로 뜯긴 돈이나 뜯긴 물건은 없는데 소매치기나 강매로 유명한 유럽에서 처음 당한 일.

20190301_123203

이곳은 헬덴광장 옆쪽에 위치한 왕궁정원, Burggarten. 정원 내부에는 잘쯔부르크 태생의 오스트리아 음악가 모짜르트의 동상이 있다. 그리고, 똑같이 이 날 방문한 시내 동쪽의 공원 Stadtpark에는 똑같이 오스트리아에서 유명한 음악가 요한스트라우스 2세의 동상도 있다.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많이 아는 건 없어서 적당히 아는 척만 하는 정도지만, 담번에 잘쯔부르크나 비엔나에 가면 꼭 이들의 곡을 들을 수 있길..

20190301_142258

이 날에는 비엔나의 시내 더 안쪽으로 들어가봤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크게 붐비는 도시의 분위기는 아니라 혼자서 걷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20190301_143431

시내 중앙부에 위치한 성 스테판 대성당, 그리고

20190301_150329

맞은편에 마주보고 있는 성페터 성당.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두 성당이지만, 외관과 생김새가 시대상을 타고 엄청나게 달라 보는 재미는 있다. 하지만, 역시 비슷비슷해 보이는 성당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지 큰 감흥은 안오는게 사실이다.

20190301_145326

그러던 와중에 흥미로웠던 곳이라면 비엔나 시내에 위치한 Solebox라는 나름 이름있는 스니커 편집샵. 옛날에 포스트를 하나 올린 적이 있는데, 멋있는 스니커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 요즘도 희귀하거나 예쁜 스니커가 발매하면 열심히 찾아보고 사기 위해 노력하는데, Solebox도 가끔씩 발매하는 콜라보 제품을 단순히 ‘살 기회’를 주는 온라인 추첨을 하는 쇼핑몰 중 하나다. 짧게 말하면 단순한 샵이 아니라 한 번도 안와봤지만 나름 익숙한 곳이었다는 것. ㅋㅋ

20190301_150035

안에는 멋있게 스니커가 전시돼 있고 옆쪽에는 스트릿 패션의 옷들과 액세서리들도 판매하고 있다. 스니커 매니아들은 저런거 둘러보는 시간이 가장 재밌다는.. ㅎㅎ

20190301_151941

명품샵들이 들어서 있는 중앙 거리. 잠시 통화하느라 몇십분을 서 있었는데, 여기서도 마차가 계속 지나다닌다.

20190301_164618

비엔나에서의 3일을 마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중 본 무지개. 평생동안 딱 3번 무지개를 봤던 것 같다. 한국에서 본 쌍무지개, 역시 싱가폴에서 본 쌍무지개, 그리고 이 무지개.. ㅎㅎ

20190301_183545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는 역시 BILLA 슈퍼마켓에 들려 먹을 것을 사왔는데, 전날 내가 묵었던 호스텔의 주방이 꽤 잘 되어있는 것을 봤었기 때문에 단순한 빵 같은 음식이 아니라 전자렌지용 스파게티를 사왔다. 어짜피 이것도 전자렌지만 돌리면 땡이라 그리 엄청난 식사도 아니긴 하지만.. ㅋㅋ

저 뒤에 있는 clever 라는 요거트는 이 이후에도 종종 사먹었는데, 신기하게도 과일이나 과자같은 것들은 비싼데 비싼 비엔나의 물가에도 요거트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했다. 저 크기가 한 500원 정도? 둘째 날에는 다른 맛으로 사서 그 헨델 공원에 앉아 빵과 같이 먹었는데, 스푼이 없어서 빵으로 떠먹었다 ㅋㅋ

20190302_093351

비엔나의 네번째 날. 브라티슬라바로 이동하기 위해 호스텔에서 1시간 거리인 비엔나 중앙역으로 다시 이동해야 했는데, 시간 계산을 잘못해 조금 늦게 나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트램을 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확실히 돈을 주니 편하긴 하더라..

20190302_095744

브라티슬라바로 향하는 빨간 고속버스. 이번 에피소드의 제목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수도’라고 한 만큼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와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차로 약 1시간 거리일 정도로 가깝다. 많은 여행객들은 브라티슬라바를 패스하고 비엔나에서 바로 부다페스트로 향하곤 하는데 (어짜피 동선 상 브라티슬라바가 부다페스트로 가는 길목에 위치함), 나는 의도치 않게 하루 동안만 들렸던 독일의 소도시 뉘른베르크에서 굉장히 재밌는 시간을 보냈기에 이왕 온거 한 번 들렸다 부다페스트로 가기로 했다.

들릴지 말지 여행 중에도 고민을 했던게, 프라하에서 만난 캐나다 친구가 자기도 브라티슬라바를 가봤다고 했는데 정말 볼게 1도 없었다고 무조건 부다페스트로나 빨리 가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또 들리지 않아도 애매한게 부다페스트에서 나폴리로 out할 날자는 딱 정해져 있고 그 안에서 이미 부다페스트 4박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시간이 남아돌아 일단 가기로 결정. 버스는 예상대로 1시간 정도가 걸렸고 가격은 만원이 조금 안되는 가격이었던 것 같다.

20190302_100616

여행 중 가성비 갑 음식을 고르라면 바로 이 빵이다. 모닝빵이랑 비슷한 맛에 저런 빵 10개 뭉치가 단돈 2천원 정도… 여러 봉지 사먹었으니까 한 40개는 먹지 않았을까? ㅋㅋ

브라티슬라바

20190302_114506

금새 도착한 브라티슬라바에서는 흐린 날씨에 가끔씩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고, 주말이라 그런건지 도시에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버스 정류장 인근은 완전히 일대가 대규모 공사중이었고 숙소로 이동하는 구간에도 정말 시골 도시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역시 존재하는 빨간 트램.. ㅋㅋ

20190302_182120

하루 밤만 잘 예정이었던 호스텔은 힙한 느낌의 젊은 친구들이 가득했고, 체크인을 하러 갔을 때는 로비에서 기타를 치는 친구들도 있었다.

20190302_123252

숙소 체크인을 하고 나와 걸어다니는 도중에 발견한 한국 대사관. 외국에서 한국 국기가 떡하니 있으니 신기하긴 하더라.

20190302_123700

유럽은 주말에 사람이 없는 건지.. 토요일의 브라티슬라바는 흐린 날씨에 맞게 엄청나게 한산했고, 그랬기에 혼자 다니기도 좋았다.

20190302_124543

나름 브라티슬라바의 명물이라는 blue church. 딱히 별건 없음..

20190302_131351

점심으로는 또..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사먹었는데 가격이 비엔나와 정말 비교가 됐다. 비엔나 중앙역에서 먹었던 것의 거의 절반 수준이었음.

20190302_141250

샌드위치를 먹는 동안 비가 살짝 왔다가 그친 후 강가에 나와 조금 걸었다. 가끔씩 산책하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들 외에는 강 위에 돌아다니는 배 한 척 조차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수도라는 이미지 보다는 땅끝마을 느낌이..

20190302_142613

브라티슬라바의 시내는 아담하고

20190302_143036

무려 으리으리한 건물들 보다는 도시 구석구석 숨겨진 동상들이 유명하다. 하수구에 엎어져 있는 이 동상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Man at Work’라는 동상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20190302_14304920190302_14314820190302_143235

동상을 지나면 건물들에 둘러쌓인 네모난 광장이 나온다. 특이하게 사람도 별로 없는데 한편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과 가이드가 투어를 하고 있었다.

20190302_145937

시내의 한쪽 모퉁이에는 깊은 역사를 지닌 성당 St. Martin’s Cathedral이 있고,

20190302_150333

브라티슬라바 시내 왼편 높은 언덕 위에는 브라티슬라바 성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은 올라가는 길의 그래비티. 동상 말고도 시내 곳곳에는 그래비티 아트를 찾아볼 수 있음.

20190302_15201920190302_152321

브라티슬라바 성 위에서 바라본 도나우 강과 브라티슬라바의 전경. 구시가지의 건물들과 강 건너편 쇼핑몰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마천루 하나 없는게 딱 봐도 심심한 도시지만 나 같이 혼자 다니는 배낭여행객, 시간 많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 들려볼 만은 한 것 같다. 왜, 최소한 1박2일이나 당일치기로 나라 한 군데는 더 가본 것이니 ㅋㅋ

20190302_153441

사진 한 방 찍어주고,

20190302_160551

다시 심심한 시내로 내려와 열심히 걷고 걸었다..

20190302_161108

서울로부터 8,138km

20190302_162904

대충 시내를 둘러보고는 사실, 딱히 앉아있을 곳도 없고 해서 계속 걷는 재미나 느껴보자 하고 시내 위쪽 언덕에 위치한 ‘슬라빈’이라는 기념비에 가보기로 했다. 단순한 전쟁기념물인데 리뷰를 찾아보니 나름 뷰가 좋다는 말이 있어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이 언덕이 장난이 아니었다. 대략 20분은 오르막길을 올랐던듯.

20190302_164229

역시나 굉장히 별건 없었고,

20190302_164432

뷰가 좋다고 했지만 딱히 좋지도 않았다.. ㅋㅋ

20190302_172031

다시 시내로 내려와서 한산한 공원에 앉아 오후에 쟁여뒀던 샌드위치 반 쪽을 먹고 들어가기 위해 숙소로 향했다.

20190302_175701

음… 참 굉장히 아무것도 없는 도시지만 나름 북적거리는 프라하-비엔나를 여행하고 온 터라 사람들에 치이거나 앉을 곳이 없어 두리번 거리는 일이 없어 하루 종일 걸어다녔는데도 꽤 힐링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당일치기를 추천하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 비엔나에서 짧게 당일치기 하거나 부다페스트로 가는 경로에서 경유해서 잠시나마 둘러보면 괜찮은 도시다.

20190302_191826

이렇게 해서 비엔나와 부다페스트 여행은 끝!

기본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