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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 인천-상하이-프랑크푸르트-맨체스터 30시간의 대이동

처음으로 가는 유럽여행에서 정한 나만의 컨셉은 ‘한 달 최저임금으로 유럽 한 달 살기’ 였다. 여행 다니면서 매번 좋은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던지, 쉴 틈 없는 관광 일정으로 사진찍기만 바쁜 여행은 현지 사람들의 생활을 느끼기가 힘들다는 이유가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앞으로도 여행 일정이 많이 잡혀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도 많은 돈을 쓸 여유가 없었다.

돈을 최대한 아끼기 위해서 상하이를 경유하는 중국동방항공의 항공편을 끊었다. 불편한 서비스 정도야 여행 목적지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니 개의치 않았고, 더군다나 상하이에 여자친구가 있어 경유할 명분도 있었다. 경유 시간을 포함해 프랑크푸르트까지 20시간 정도의 강행군이 있을 것이라는 건 예상했지만, 갑작스럽게 영국 일정을 추가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맨체스터로 향하는 30시간의 고행길이 만들어졌다.

> 인천-상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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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유 항공편을 처음 타서 티켓을 두 장 주는지 조차 모르고 있었다. 중국동방항공에 대해서는 불평이 과반수였지만, 위탁수화물을 2개나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벌써 아시아나와 비교가 된다. 싱가포르에서 일정을 모두 끝내고 한국에 들어올 때, 아시아나 위탁수화물 규정이 최대 2개에서 1개로 바뀌어 짐 절반을 거의 버리다시피 하고 왔기 때문이다.
내 짐은 작은 기내용 캐리어와 노트북 백팩 하나로, 유럽 내에서 저가항공을 타야됐기 때문에 캐리어는 10kg이 넘지 않도록 맞춰왔다. 원래는 동방항공도 캐리어를 기내에 실으려 했지만, 위탁수화물로 붙이면 한 번에 프랑크푸르트까지 간다는 말에 오케이하고 짐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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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날 인천공항에 올 때면 만족하는게, 4층 식당 구역에 모든 식당이 가격은 비싸지만 맛 하나는 좋다는 것이었다. 오전 9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아무것도 먹지 않았기에, 오후 3시쯤 4시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밥을 먹으러 갔다. 여자친구랑 7시 쯤에 밥을 먹기로 해서 바로 비행기를 탈까 했으나 2시간 가는 동방항공에서 기내식을 줄 확률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밥을 먹었다.
=.= … 하지만 그깟 2시간 비행에도 기내식을 주긴 주더라.. 맛은 없었지만 손을 안대기는 뭐해서 조금 먹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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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 도착해서는 24시간 경유비자를 받고 The Bund 근처로 meglev 공항철도와 지하철을 타고 갔다. 지도로 봐서는 푸동 국제공항에서 상하이 시내까지 별로 멀지 않아보였으나, 차타고는 40분 걸릴 정도로 먼 거리라 빨리 왔다갔다 하려고 노력했다. (경유시간 6시간40분)
내가 상하이 음식을 먹어보고 싶다는 말에 자기가 아는 중국전통음식점을 예약했대서 그리로 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제대로 코스요리로서 나오는 전통한정식집 같은 느낌인데, 어쨋든 갔던 날이 2월14일 발렌타인데이라 커플이 참 많았다.

20190214_191909상하이에서 유명한 돼지갈비다. 맛은 갈비찜이랑 비슷해서 누구나 좋아할 맛?

20190214_19231220190214_192318우리가 잘 아는 갈치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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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매서 아무 것도 안보이지만 소갈비 찜이였다. 역시 맛은 굳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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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 유명하다는 국수 요리였다. 이것도 맛있었음

20190214_202659비행기의 경유 시간이 6시간 40분, 오고가고 미리 공항에 도착해야 된다는 시간을 생각하면 거의 2시간 남짓밖에 없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어쨋든 요건 여자친구가 사줬으니까 175만원 카운트에서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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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는 근처에 있는 The Bund를 보러 갔다. 사실 난 상하이에서 유명한게 그 동방명주 탑이고, 강남처럼 빌딩만 빽빽해 재미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리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고 볼 것들도 많았다.
특히, 밤 하늘이 주황빛일 정도로 도시 곳곳에서 주황불빛을 찾아볼 수 있었는데, 한국같이 거리에 네온사인과 간판으로 온갖 색깔이 다 섞인 느낌이 아니라, 주황색 베이스에 초록색과 빨간색이 섞여 다음에 꼭 제대로 여행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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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하이의 날씨가 항상 흐리고 새벽 이슬비처럼 얇은 비가 살짝씩 내리는데, 덕분에 상하이의 Lujiazui 부근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특히 오른쪽에 상하이에서 가장 높다는 상하이 타워는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는데, 오히려 안개가 덮여 있어 멋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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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und 근방에서 산책을 마치고 택시를 잡아 공항으로 향했다. 역시 중국 땅은 크다고 느낀게 지도로 보면 네모 격자의 도로로 이루어진 한 블럭같은 공간이 거의 도심에서 도심일 정도로 넓었다. 막히진 않아 40분만에 공항에 도착했고, 프랑쿠푸르트행 비행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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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제주도 수학여행을 가본 뒤로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비행기로 찾아가본적은 없었는데, 중국동방항공부터 이따가 맨체스터로 향할 저가항공 라이언에어까지 모두 버스를 이용해 비행기로 향했다. 그래도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라 그런지 크기도 엄청 컸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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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았던건, 3-3-3 구조의 비행기에서 창가자리를 골라 최소한 좁더라도 창가에 기대서 자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내 옆자리에 사람이 안타서 ‘비교적’ 편하게 가긴 했다. 또, 비행기가 12시 출발에 프랑크푸르트에는 오전 5시30분 도착이라 시차적응을 할 필요도 없이 비행기에서 푹 잠만 잔다면 자동으로 적응할 수 있었기에 최저가로 끊었지만 딱 완벽한 조건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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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편하게 왔다곤 하지만 11시간 비행에 너덜너덜해진 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원래 내가 계획했던 여행이라면 프랑크푸르트를 간단히 둘러보고 독일 남부와 프랑스 동부를 여행할 예정이였는데, 맨체스터행 비행기가 오후 1시55분으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나가 시내를 보기도, 공항에서 뻐기기도 애매한 시간이였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맨체스터는 경유도 아니고 따로 끊은 거라 독일에 입국심사를 마친 뒤에도 시내에 나가볼까 고민을 계속 했지만, 시내로 나가는 편도 비용도 7천원 정도에, 안그래도 지쳐있던 터라 그냥 공항에서 남아있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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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중국동방항공에서 기내식을 주긴 주었지만 그것도 영 맛이 없어 대충 한 두입만 먹었더니 배가 굉장히 고팠다.. 맥도날드에 가니 아침이라 맥모닝만 팔 시간이였지만 전에 먹었던 맥모닝이 나름 맛있었기에 그냥 먹어보기로 했다. 세트가 3.5유로길래 싱가폴 달러로 익숙한 내 머리가 (1달러=800원 정도) 자동으로 이 정도면 저렴하다라고 인식했는지 그냥 주문했는데, 수수료를 포함해 대충 5천원 정도가 나갔다. 유럽여행이니까 이 정도면 언제든지 오케이지만, 한도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영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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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공항 터미널 1. 라이언에어의 탑승권을 프린트하려고 몇 시간을 발품팔며 프린트 가능한 곳을 찾아다녔다. EU 시민이 아니고, 비솅겐 국가인 영국으로 출국하려면 모바일 e티켓이 아니라 직접 보딩패스를 프린트해야된다는 말 때문이었다. 엄청 찾아다닌 끝에 프린트를 했으나, 1장=5유로라는 미친 등쳐먹기에 어쩔 수 없이 당했다. 빅맥세트=A4지 한 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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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에서 부족하지 않게 잤던 탓에 내가 보기에도 눈은 풀려있었지만 엄청나게 피곤이 몰려오진 않았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터미널 2에서 역시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간 후에야 맨체스터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라이언에어는 저가항공 중에서도 중국동방항공 따위는 저리가라 할 정도의 가격대로 서비스 자체를 원하면 안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맨체스터행 비행기표를 3만원에 끊었고, 부다페스트에서 나폴리까지는 2만원에도 나와있을 정도로 저렴한데, 딱 가격대를 생각하고 편안함을 포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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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어저가는 프랑크푸르트의 시내. 여기도 허브공항으로는 유명하나, 다른 독일에 비해 별로 관광하기에 좋은 도시는 아니라고 한다. 공업도시의 느낌. 그런데, 프랑크푸르트에서 가는 맨체스터 역시 공업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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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서 보이는 브리티쉬 섬의 모습. 여기서부터 해는 굉장히 쨍쨍하나 이상하게 날씨는 영 이상한 것 같은 전형적인 영국날씨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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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3분 전 맨체스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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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공항에 도착해서는 기차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야 했다. 가격은 편도 4유로 정도로, 가격대는 적정하다고 생각한다. 창문 너머로 벽돌 색 2층 집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바깥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평온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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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의 중심인 피카딜리역. 여기에서 영국 각지로 이어지는 철도 네트워크를 통해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기차보다는 버스가 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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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에 와서, 그리고 프랑크푸르트에서부터 오면서 느꼈던 것은 참 동양인이 없다는 것이었다. 맨체스터행 라이언에어에는 동양인이 아예 나밖에 없어서 신기했고, 도시 내에도 맨체스터라는 이름 자체는 우리에게 친숙하나 한국사람은 커녕 동양인을 마주치기도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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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딜리 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피카딜리다. 사진 찍고싶어지는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어딜가든 볼 수 있는 일반 건물들이 뒤섞여 있었다. 라이언에어 기내에서 물도 안줬던 탓에 숙소로 걸어가면서부터 편의점을 찾아봤지만 없었는데, 여기는 Tesco 대형마트나 Tesco express가 그러한 상권을 다 잡아먹은 것 같다.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도 안보이고 대부분 Tesco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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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을 못누운 탓에 몰골이 저런건 어쩔 수 없고, 숙소를 보여주기 위해 찍었다. 돈 절약을 위해 앞으로도 이러한 도미토리에서 잘 예정이지만, 맨체스터는 특히 이런 도미토리의 선택 폯 조차 좁아서 숙소의 위치든, 후기든 살펴 볼 겨를이 없었다. 여기가 1박에 3만원 초반대인 호스텔인데, 프라하나 부다페스트, 심지어 런던에도 나쁘지 않은 위치에 최대 2만원이면 좋은 숙소를 구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굉장히 비싼 가격이였다.
그래도 30시간 뒤의 숙소이자, 다다음날 오전에 버스를 타고 런던에 가야된다는 걸 생각해서 어쩔 수 없이 2박을 하게 되었다.
같은 방에는 오후에서 새벽까지 일하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온 형님과 웨일스 북쪽에서 온 사람, 그리고 오늘 아침에야 만난 친근한 흑인 아저씨 한 분과 독일쪽에서 온듯한 아줌마 한 분이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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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내에는 이렇게 양 차선으로 트램이 다니고, 신기하게도 트램까지 있는 넓은 길인데 일방통행인 길들이 많았다. 트램 뿐만 아니라 오고가는 이층 버스들, 그리고 타보진 않았지만 도시 전역을 누비는 무료버스도 있으니 교통망은 잘 갖추어진 것 같았다. 버스 정류장도 보면 Greater Manchester Transport라는, 맨체스터에서 근교 도시까지 가는 교통망이 통합적으로 운영되는 듯 했다.
하지만, 둘러 볼만한 시내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아서 딱히 대중교통을 이용해 볼 기회는 없었다. 물론 돈도 돈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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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좋은 강이나 오래된 건축물보다는, 맨체스터 중심에는 복합 쇼핑몰이 참 많았다. 한 골목에는 명품 골목도 있었고, 전반적으로는 옷가게, 슈퍼마켓, 병원 등이 다 쇼핑몰에 들어있는 싱가포르의 쇼핑몰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도 길가에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보이는 카페나 음식점이 거의 없고 대부분이 쇼핑몰 안에 밀집된 것을 생각하면 여기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어쨋든 한국식 편리함에 젖어 있는 사람들로서는 여기든 싱가포르든 불편하긴 매한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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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대성당인데 밤에 미사를 할까 들어가 보니 무슨 레스토랑처럼 밥먹는 곳으로 꾸며놨다. 주말이다 보니 무슨 행사가 있는 듯 한데, 어쨋든 외관은 멋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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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다 지치고 지쳐 또 맥도날드로 향했는데, 역시 독일 못지 않게 가격은 비쌌다. 무난하게 빅맥 세트를 시켰는데 카드로 긁어간 돈은 7900원… 블로그를 쓰는 오늘 길거리를 돌아다니니 여기저기서 보이는 서브웨이 체인을 보면 무조건 맥도날드는 거르고 그나마 몸에라도 좋아보이는 서브웨이를 가는게 훨씬 나아보인다. 심지어 햄버거 맛도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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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닐 힘은 남았지만 영 쉬고 싶은 마음에 다시 숙소로 향했다.

이렇게 유럽여행 인천에서 맨체스터까지의 여정은 끝.
방문증으로 맨체스터 대학교 도서관에서 글을 조금 쓰다가 와이파이가 안돼 시내로 돌아와 Manchester central library에서 글을 쓰는 중… 와이파이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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