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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정경대 불합격과 생각들

20190201_210326

블로그에 글을 안쓴지도 한 달이 넘어갔네요.
12월 말에 지원한 5개의 영국 대학 중 1순위였던 런던정경대로부터 오퍼를 줄 수 없다는 메일이 왔습니다. 사유는 메일에 보이다시피 Personal Statement, 자소서의 내용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경쟁력있지 않았나 봅니다.

누구나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하고, 자퇴를 한 이후 저 또한 어디서, 언젠가는 그럴 거라는 것을 생각하곤 있었습니다. 한 달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아 미뤄뒀던 아이엘츠 시험도 다시 보고, 막 어제(1월31일) 생애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었는데, 바로 오늘 예고도 없이 결과가 나오니 타이밍이 참 별로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아이엘츠는 기대치도 않았지만 overall 7.5로, 영국이던 싱가폴이던 걱정하지 않을 성적이 나왔네요.

요지는, 그 무게가 어떻던간에 실패는 실패였고, 변명이나 합리화 대신 배워가는 자세로 받아드리려고 합니다.

1/ 내가 정말 영국을 원했는가?
> 되짚어보면 많은 운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영국 대학에 진학하려고 싱가폴에 온 것도 아니었고, 작년 여름, 굉장히 친했던 베트남 친구의 정보를 통해 영국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미리 밝히면, 그 친구는 모든 과정을 혼자 알아보고 준비했을 만큼 영국에서 공부하기를 진정 원하는 친구였고, 마찬가지로 런던정경대를 원했으나 성적을 충족시키지 못해 맨체스터 대학에 합격했습니다. 런던정경대와 맨체스터 대학 사이의 평가나 수준의 간극이 어떻던간에, 단순히 ‘영국유학’이라면 좋아보이고, 또 마침 제 성적이 좋아 런던정경대에 지원한 제 동기와 짧았지만 긴 반년 동안의 공부와 기다림 속에 합격에 대한 저의 갈망의 정도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맨체스터 대학에 합격한 그 친구는 그 지원하는 과정이 꽤 쉬웠고, 따라서 저 또한 성적이 되니 런던정경대에 붙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첫 번째로, 시작이 어떻든, 내 모든 것을 털어서라도 이뤄내고자 하는 갈망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문맥 상 ‘열정’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수도 있겠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난 6개월 간은 꽤 열정적으로 임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열정이 무언가를 이뤄내기 위한 매개체이자 연료라면, 그 개념보다 더 앞전에 위치한 무언가에 대한 갈망이 빠져있었던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해내겠다는 의지보다는, 어느 날은 인터넷에서 본 비관적인 글로 합격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또 어떤 날은 성적도 충분하고 자기소개서도 열심히 썼기에 무조건 붙을 거라는 과도한 낙관론이 얽혀 갈피를 못잡았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는 이미 자기소개서를 다 쓰고, 지원을 완료한 상태라 백날 고민한들 결과는 바뀌지 않았겠지만, 또 이 때의 마음가짐이 혹시 합격했을 때의 성취감과 직결되겠죠. 아마 이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고, 또 진정으로 원하는 마음이 부족했기에 메일 답장을 보고서도 큰 반응을 하지 않았지만, 혹시 합격했을 때에도 지금의 마음가짐으로는 똑같은 결과를 보이지 않았을까 합니다.

2/ 불합격과 나의 기분
> 여자친구랑 통화를 하다가 메일을 받았습니다. 전화를 끊고 메일 두 통이 온 것을 대충 확인하고 lse라는 글자가 보여 런던정경대로부터의 결과라는 것을 바로 알았습니다. 평소보다 긴장이 풀려있던 탓인지 메일을 읽고서도 별다른 감흥이 들지 않아 약간 의아했죠. 머리 속으로 생각하며 처음에는 탈락한 내 자신에 대해 화를 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화는 전혀 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무작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스무 살 기념으로 산 담배를 서랍에서 챙겨들고 터덜터덜 걷다가 누가봐도 초보인양 한 대를 피고 사람이 없는 삼거리 가로등 구석에 무작정 앉았습니다. 주변 눈치를 꽤 보는 편인데 사람들이 지나다녀도 개의치 않고 이어폰 속 노래에 집중하며 생각에 집중했습니다. 중학생 때 시험을 못보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나 울든지, 벽을 치든지 해서 분을 삭히는 한편 누군가가 와서 위로해주기를 바랬는데, 이번에는 나도 성인이고 울어봤자 나만 손해인 것을 알기에 일부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혹시 런던정경대의 합격이 중학생 때의 수학 100점보다 갈망하지 않았던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전자도 꽤 합리적인 추측이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게 맞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확실히 후자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내가 진정 이 학교의 합격 아니면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이거나 합격에 사활을 걸었다면 분명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조금 나기라도 했겠죠. 제가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던, 무의식 중에 영국유학이 싱가폴 대학의 대안에 비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던간에, 결론은 합격에 대한 제 갈망의 부족으로 귀결됩니다. 논리적으로 진정 합격하고자 했다면 최선의 노력을 했을 것이고, 또 애초에 영국 대학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였어야 갈망을 했겠죠. 이렇게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무니, 화가 나지 않았던 원인과 불합격을 받은 이유가 어느정도 설명됩니다. 지난 6개월 간 열심히 한 듯 보였으나 애초에 엄청나게 가고 싶다는 마음이 부족했고, 또 제 노력도 부족했습니다.

3/ 앞으로
아직 런던정경대를 제외한 4개의 대학이 남아있지만 붙을지도, 역시 붙어도 갈지 아니면 싱가폴에 남을 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굴 탓하겠습니까만, 하필 불합격 소식이 가장 먼저, 가장 (그나마) 가고싶었던 대학에서, 또 유럽여행을 계획하자마자 나와서 마음이 굉장히 착잡합니다. 유럽여행이야 재미있게 갔다 오겠지만, 좀 더 상위 차원의 계획이 필요할 것 같네요. 유럽여행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본다든지, 이미 계획했지만 유튜브 여행 브이로그를 찍는다든지,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든지… 하는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계획들 말이죠. 전화위복이라 생각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지만 한 편으론 작심삼일과 안그래도 마음이 요즘 심란한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이 과연 오래 갈지도 의문입니다. 친구들도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갈 시기라 내 자신과의 비교를 이겨낼지도 모르겠고, 차라리 더 엄청난 충격으로 180도 바뀔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오히려 감흥이 적어 또 3일 도전하다 멈출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일단 최대한 생각하기 복잡한 일은 집어던지고, 유럽배낭여행과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위해 열심히 달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런던정경대에 대해서는 잊는게 상책인 것 같습니다. 메일에는 아예 자기소개서가 부족했다고 명시됐는데, 또 생각하면 그깟 자기소개서 하나로 탈락됐음과, 1.5년 동안 나름대로 고생해 얻은 gpa 성적이 물거품이 된다는…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꼬리를 물 것 같네요. (이미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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