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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시 크리스티의 헤어나올 수 없는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_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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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소설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인것 같다. 드라마를 포함해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고, 특히 다양한 시점에서 전개되는 소설책의 경우 읽다 보면 ‘이 사람이 누구더라?’라는 혼란이 가중되곤 한다. 공통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여덟 명의 제각기 다른 사람들과 집사 부부로 이루어진 총 열 명의 등장인물을 기억하는 데는 수도 없이 책의 뒷 부분을 헤짚었던 내 모습을 봤다면 알 수 있으리라. 특히나 친숙하지 않은 영어 이름에, 영어 소설 특유의 성(Last name)과 이름(First name)을 섞어 사용하는 방식에 애를 먹었다.

그렇게 시작된 애거서 크리스티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하루만에, 그것도 허리 아픈 줄 모르며 회사와 카페에서 4시간 여를 보낸 끝에 다 읽었다. 셜록 홈즈나 애니메이션 ‘코난’을 좋아하지만 추리 소설과는 거리가 멀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은 깊은 여운(혹은 충격)이 남는 드라마틱한 결말의 반전을 기대하기 보다는 작가 특유의 노련한 설계가 돋보이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서서히 빠져든다. 독자의 직접적인 참여, 즉 그들만의 추리를 요구하는게 진정한 추리소설이라면 그리 빠져들지 않을 수도 있다. 완벽한 0(제로)에서 소설이 시작되지만 나 같이 공감에는 자신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단서들을 제공해주고, 결정적으로 몇몇 독자들은 마음에 들지 않아 할 수도 있지만 범인과 살해 동기를 정확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싫다면 채의 에필로그나 후면의 편지를 읽어보지 않는 것도 추천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도 작가의 뛰어난 구성을 반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 추리소설의 일반적인 구성이다’ 라고 이 책을 언급해도 될 정도로 적당히 독자의 궁금증과 추리의 참여를 불러 일으키면서도 이들이 잠시라도 한 눈을 팔지 못하도록 흥미로운 흐름은 계속되며 점점 가중된다. 특히나, 필자처럼 똥 싸다 만 것 같은 애매한 열린 결말을 싫어한다면, 책 후면부에 부국장과 경감 사이의 일련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대화와『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모든 실마리를 풀어주는 어느 한 편지를 통해서 후련하게 책을 마무리 지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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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시작은 온갖 미스터리와 함께 시작한다. 아마도 영국 남서부 해안가에 존재하리라고 생각되는 가상의 섬인 ‘니거 섬’을 중심으로 일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사람들의 조합이 미묘한 연결고리와 함께 등ㅈ아한다. 수수께끼의 쌓인 인물이자 니거 섬의 주인으로 소개되는 오웬 부부에게 초대받은 열댓명에 이르는 이 사람들은 나이대부터 직업과 생각하는 스타일조차 모두 딴판으로, 굉장히 독특하고 낯선 조합이지만, 초대 받았거나 어떠한 임무 수행을 목적으로 니거섬으로 향한다.

모든 등장인물이 한 자리에 모인 첫날 저녁의 만찬에서『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제목과 앞 전 내용들이 딱 맞아 떨어지기 시작한다. 오웬 부부의 이름(U.N Owen)에서 모두가 자신들을 초대한 장본인이 익명의 사람(Unknown)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며, 이 연관성 하나 없던 사람들의 공통점이 모두 과거에 누군가를 죽게 만들었기 때문임도 알게 된다.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각각의 객실에 걸려 있던 한 편의 시로서, 철저한 계획 살인임을 예고하듯 이후에 전개될 이야기를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다.

열 꼬마 검둥이가 밥을 먹으러 나갔네.
하나가 사레들었네. 그리고 아홉이 남았네.

아홉 꼬마 검둥이가 밤이 늦도록 안 잤네.
하나가 늦잠을 잤네. 그리고 여덟이 남았네.

여덟 꼬마 검둥이가 데번에 여행 갔네.
하나가 거기 남았네. 그리고 일곱이 남았네.

일곱 꼬마 검둥이가 도끼로 장작 팼네.
하나가 두 동강 났네. 그리고 여섯이 남았네.

여섯 꼬마 검둥이가 벌통 갖고 놀았네.
하나가 벌에 쏘였네. 그리고 다섯이 남았네.

다섯 꼬마 검둥이가 법률 공부 했다네.
하나가 법원에 갔네. 그리고 네 명이 남았네.

네 꼬마 검둥이가 바다 향해 나갔네.
훈제 청어가 잡아먹었네. 그리고 세 명이 남았네.

세 꼬마 검둥이가 동물원 산책했네.
큰 곰이 잡아갔네. 그리고 두 명이 남았네.

두 꼬마 검둥이가 볕을 쬐고 있었네.
하나가 홀랑 탔네. 그리고 하나가 남았네.

한 꼬마 검둥이가 외롭게 남았다네.
그가 가서 목을 맸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네.

Ten little Indian boys went out to dine; One choked his little self and then
there were nine.

Nine little Indian boys sat up very late; One overslept himself and then
there were eight.

Eight little Indian boys travelling in Devon; One said he’d stay there and
then there were seven.

Seven little Indian boys chopping up sticks; One chopped himself in halves
and then there were six.

Six little Indian boys playing with a hive; A bumblebee stung one and then
there were five.

Five little Indian boys going in for law; One got in Chancery and then there
were four.

Four little Indian boys going out to sea; A red herring swallowed one and
then there were three.

Three little Indian boys walking in the Zoo; A big bear hugged one and then
there were two.

Two little Indian boys sitting in the sun; One got frizzled up and then
there was one.

One little Indian boy left all alone; He went and hanged himself and then
there were none.

총 열명의 검둥이(Nigger)가 등장하며 소설의 배경인 니거 섬(Nigger island)과도 맞아 떨어지는 이 시가 이야기 전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니거 섬에 초대받은 총 8명의 외부인과 이들을 맞이하는 2명의 집사. 섬에는 총 10명의 사람만이 존재하며 사람들은 ‘오웬’이라는 가상의 인물에 의해 차례대로 그리고 시의 내용에 따라 계획대로 살해된다.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결국에는 남은 한 명 마저 죽으며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nd then there were none)’ 라는 제목을 상기시킨다.

솔직히 나는, 책의 초중반 까지만 했어도 실제로 오웬이라는 인물은 존재하며 이 가상의 인물은 섬의 어느 비밀공간에 숨어 있기 보다는 외부에서 철저하게 계획한 일련의 살인 사건을 감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는 모든 인물에게 회피구를 하나씩 마련함으로써 긴장을 고조시키는 한 편 이미 죽은 사람까지 다시금 의심하게 만드는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주었다. 에필로그와 한 통의 편지에서 결말을 알게 되었을 때는 약간의 억지스러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의 한국판 서문과 작품해설을 맡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손녀 매튜 프리처드 또한 작품해설 코너에서 이 점을 언급한다. 하지만 그녀가 말하길, 책의 몰입도가 상당해 대다수의 독자들은 작품이 끝날 때 까지 그런 작품의 미세한 허점들을 발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마무리지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결말의 신선함과 탁월성 보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뛰어난 구성력과 이야기의 흐름을 전개하는 능력에 압도당해 작품에서 헤어나올 수 없게 만드며, 그런 독특한 점에서 더 없는 여운이 남는 것 같다.

2018-10-10

손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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