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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책 한 권으로 담은 괴짜 사업가 스티브 잡스의 A to Z: 스티브 잡스 자서전_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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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황찬란한 미사여구 또는 표지의 강렬한 색 조합이나 이미지에 자연스레 이끌려 책 장을 넘겨보게 만드는 여타 다른 일반적인 서적에 대비되는, 유명인들의 자서전 코너를 둘러보면 표지의 심플함과 함께 한 눈에 들어오는 인물들의 깊은 눈동자가 온 몸의 정신을 집중시킨다. 그러한 자서전의 성격을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글씨 없이 덥수룩한 수염에 어딘가 친숙한 인물이 너무나 그윽한 눈길로 혹은 부담스러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면 평상시와 다른 호기심이 생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깔끔한 거실에 액자 대용으로 장식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이 거대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을 알게 된지 3~4년은 된 것 같다. 읽을 책을 찾다가 우연찮게 우리 집 책장에서 발견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잊고 살았던 이유는 첫 번째로 감히 도전하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 책의 두께와 무게였다. 두 번째로는 아마도 그 당시 나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 중 애플(Apple) 제품을 쓰고 있던 사람들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브 잡스의 둥근 계란형 얼굴과 덥수룩한 수염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을 정도로 그가 유명했기 때문인 것 같다. 왜, 마케팅과 심리학에서 사람들의 소비심리라는 것이 있듯이, 항상 베스트샐러 칸에 꽃혀 있는 책이나 누구나 알 법한 이야기를 다룬 책은 왠지 읽기가 껄끄러워지는 것 말이다. 이 측면에는 내가 항상 책을 읽기 시작할 때 표지를 넘기며 첫 자를 읽어 내려가는 순간 부터 책을 덮기까지 하나의 위대한 여정 혹은 도전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탐험가가 누구도 발을 들여놔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듯, 눈에 띄지 않고 그리 유명하지 않은 책을 읽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어찌됐건, 최근에 도전해볼 대상(새로운 책)을 찾아보다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하기 보다는 몇년 전 그 책의 굉장한 두께와 무게 때문에 일찍이 포기했던 기억이 떠올라 900 페이지에 달하는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를 탐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책에 관한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나의 여정을 글로도 남길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적용했다.

서론이 길었다. 아무래도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나로서는 안그래도 두꺼운 이 책을 읽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서점이나 인터넷에서 둘러보다가 반쯤 충동적으로 구매한 것이 아니라 수 년 전부터 읽으리라 다짐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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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핏 알고 있던 유명인의 자서전을 읽는 데는 상당한 몰입감과 재미와 더불어 약간의 공허함이 드리라고 생각한다. 연예인의 삶을 저 멀리서 구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계의 정상에 올려둔 잡스의 독특한 취미와 성격 그리고 눈여겨볼 만한 그의 경영 철학은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신선함을 가져다 주었다. 반대로, 천재 들의 피치 못할 그들 만의 유별난 독특함 이랄까, 누구나 인생을 돌아보면 후회할 만한 부분을 감출 수는 없는 것일까, 몇몇 부분들은 조금 다른 의미의 신선함을 머리 속에 각인시켜 주었다. 오늘 날의 잡스를 있게 해준 그의 어린 시절과 다사다난했던 애플 그 이후를 나누어 살펴보자.

잡스의 어린 시절을 압축해 보면 얼핏 ‘또라이’ 혹은 ‘미친놈’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 부분을 정말 단편적으로만 생각해 보면 누구라도 그런 생각이 들 것이라고 장담한다.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들였으니 조금 독특했던 그의 어린 시절이 ‘천재의 유별남’으로 포장될 수 있던 것이다. 한 마디로 4차원 스타일의 굉장히 성공한 예시라고 들 수 있겠다. 익히 들어본 여느 천재든 그들의 과거를 장식하는 말 들은 대게 “7살 때 부터 부품들을 주워다가 라디오를 만들었다” 라던지, “4살 때 이미 미적분을 마스터한 수학 영재였다” 라는 등의 수식어들이 보통이다. 한편, 잡스는 어린 시절 완벽한 마이웨이(my way; 자신만의 길을 간다는 신조어)의 청춘을 보냈다. 마약, 극심한 채식주의, 동양 철학과 컴퓨터광. 도대체 무슨 연관성을 띄는 단어들의 조합인지조차 예상이 안간다. 하지만, 잡스의 어린 시절이 중요한 이유, 다시 말해 현재 애플의 위상을 띄게 해준 잡스의 원동력이 그의 독특하면서도 신비로운 어린 시절에서부터 기인했다는 것을 책을 읽다보면 점차 알게된다.

환경의 중요성 – 잡스의 어린 시절

“환경의 중요성”, 흔히 생각해볼 수 있는 푸르른 자연과 맑은 햇살의 이미지가 아닌 조금 추상적인 형태의 환경이다. 한국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특목고나 유명한 자사고, 서울의 강남 학군 등을 떠올리면 되겠다.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땔래야 땔 수 없는 우리의 주변 환경. 이미 그 중요성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위 책에서 소개되는 픽사와 애플의 아버지격인 잡스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주변 환경의 중요성에 다시 한 번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잡스의 어린 시절은 미국 서부 연안의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팰로 앨토에서 시작된다. 팰로 앨토는 잡스가 태어나기 막 전부터 현재까지 애플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혁명과도 같은 바람을 일으켰던 휼렛 팩커드(HP)를 포함한 구글, 테슬라 등의 본사가 위치한 지역이다. 그렇다고 높은 고층 빌딩과 바쁜 현대인들이 몰리는 시가지가 아니라 언덕에 위치한 주거 단지에 가까웠다. 그 곳에서 잡스는 전기 관련 엔지니어로 일하며 중고 차를 사들여 부품을 수리하고 추가해 더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일을 겸업하던 그의 아버지와 애플의 싹을 피웠다. 구글과 휴렛 팩커드의 창립자들이 모두 그러했듯이, ‘남자의 세계’인 차고에서 잡스는 특히 “훌륭한 목수는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장롱의 내부를 신경쓴다”고 강조하던 아버지와 부품들을 만지며 놀았고, 그의 집 근처에 살던 여러 야망 넘치는 엔지니어들과 친하게 지내며 전반적인 기계에 대한 안목과 관심도를 높였다.

잡스의 아버지가 마당에 울타리를 만들며 잡스에게 가르쳐준 저 교훈은 훗날 애플의 디자인 철학으로 탈바꿈한다. ‘사용자가 뜯어보지 못하는 기계의 내부까지 디자인은 물론 마감에 완벽을 기한다’. 나중에는 아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잡스의 좌우명에 일조하였는데, 이는 오늘 날 말 그대로 ‘상자에서 꺼내 전원만 연결해주면 켜지는 컴퓨터’를 탄생시켰다. 제품 디자인에 관한 잡스의 열정 또한 대단했다. 사실 상 잡스의 변치 않는 디자인 철학과 이에 이어지는 완벽한 광고에 대한 집착, 그리고 훌륭한 제품에 대한 더 깊은 집착이 애플을 만들었다. 이를 돌려 생각해보면 작업실에서 밤새며 프로그래밍을 하거나 하드웨어를 연구하는 잡스의 모습을 상상할 수는 없었던 이야기다. 또 오늘 날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그 시절 애플의 엔지니어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았을 것은 당연하다. 인터넷에 등장하는 유머 글로, 미래지향적이며 신선한 제품 컨셉 사진을 보여준 후 “이제 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엔지니어의 몫”이라며 다소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를 비꼬듯이, 잡스 역시 자신이 생각하기에 ‘최고의 디자인’을 선택한 후, 그의 특유의 “현실왜곡장(책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잡스가 자신의 고집과 언변으로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상대로 하여금 가능하다고 믿게 만드는 잡스의 기술)”에 엔지니어들을 가두어 디자인을 실현시킨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현실의 노트북은 모두 얇은 직사각형 형태의 모양인데 완벽한 원 형태의 디자인을 채택하곤 엔지니어들에게 6개월 후까지 원 모양의 노트북을 양산할 수 있도록 지시하는 것과 똑같다. 사용자들은 신경을 쓸 수 조차 없는 컴퓨터 내부의 작은 나사 하나 조차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제품 출시일을 연기시키며까지 디자인을 변경시키는 잡스의 ‘디자인 철학’ 혹은 ‘제품의 대한 열정’을 살펴보면, 애플의 성공 비결과 함께 결국 이 모든 것이 모두 잡스의 어린 시절, 즉 그를 둘러싼 환경이 마치 거름과 같은 역할을 하며 스티브 잡스만의 경영 철학이 만들어졌다는게 이해가 간다.

이제는 애플만의 고유한 브랜드 가치를 탄생시킨 잡스의 예술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아까 말했듯이) 질 좋은 거름으로 작용했다면, 풍성한 사과 나무가 열리도록 비옥한 토양을 찾고 씨앗을 심었던 것은 잡스 아버지의 몫이였다. 허름한 중고 자동차를 사오곤, 흥정하여 구입한 부품들을 추가해 비싼 값에 되파는 아버지의 모습을 차고에서 익히 보아 왔던 잡스는 어려서부터 돈 계산을 비롯한 사업적인 마인드가 자리밖혀 있었다. 잡스의 동업자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여러 번 의견이 갈리기도 했지만 둘 모두 전형적인 장난꾸러기였다. 둘의 비밀스러운 협업 아래 공짜로 전화를 걸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을 때 워즈니악은 자신과 같은 컴퓨터광들에게 이를 무료로 나누어 줄 생각이였지만, 잡스는 제품에 대한 직관과 뛰어난 언변으로 이 기계를 판매해 짭잘한 수익을 얻기에 이른다. 결국에, 이러한 ‘사업적인 마인드’라는 것은 잡스와 그의 아버지처럼 보고 배우는 것도 가능하지만, 무료로 전화가 가능한 기계를 비롯한 컴퓨터와 핸드폰 등에 대한 잡스의 남다른 사랑이 존재했기에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일례로, 1980년도 중후반, 애플 내의 경영권 다툼에서 패배해 잡스가 물러난 후 CEO 자리에 앉았던 존 스컬리를 바라보면, 그는 젊은 나이에 펩시콜라 사장 자리에 오를 만큼 마케팅의 귀재였지만 그 당시 혁신을 거듭하던 애플의 제품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으며 애정을 가지지도 않았다. 스컬리는 원가절감과 혁신과의 현실적인 타협으로 애플의 현재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사업가’의 면모를 보였다면, 잡스는 그가 재임한 후 애플 제품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제품 철학을 실현시켜 애플의 재림에 공헌했다.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그리고 애플의 주주들 한테는 스컬리와 같이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 먹혔을지도 모르지만, 애플은 잡스 그 자체였으므로 잡스가 그의 CEO자리를 충성스러운 부하인 팀 쿡에게 물려주고 자신이 진정 신뢰하는 애플 팀을 꾸릴 때까지 애플을 이끌어야만 하는 운명이였다.

애플의 초고가 가격 정책 – 애플과 잡스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

스티브 잡스의 인생 전체를 통틀어 그가 지향하던 위치이자 애플이라는 기업이 궁극적으로 겨냥하던 목표이다. 애플의 신제품을 소개하는 매 발표회에서 잡스는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을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를 지향하는 자신과 애플의 방향성을 드러내며 마무리하곤 했다. 이 간단하면서 다가가기는 어려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로는 잡스가 죽기 전 애플에 남긴 하나의 유산에 가깝다. 그의 인생 철칙이 담겨있으며, 사업적 포부와 미래지향적인 방향성을 제시한다. 잡스는 생전에 ‘이상적인 기업상’을 두고 두 가지 원칙을 강조했다. 기업의 영속성과 최고의 제품. 그랬기에 그는 애플의 이상적인 영속을 위해 감히 CEO의 자리를 내려 놓을 수도 있었으며 항상 미래를 점쳐 소비자의 니즈에 대응하기 보단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니즈를 불어 넣었다.

잡스의 독특한 경영은 성공을 거두었다. 컴퓨터는 본래 회사나 전문적인 일을 하던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통일된 디자인에 하드웨어 성능만을 강조했으며,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보다는 다소 투박하면서 원칙적인 행동만을 허용했다. 이러한 컴퓨터 기술의 시대적 배경 속에서, 잡스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애플의 이미지를 고착화시켰다. 이는 잡스가 컴퓨터와 핸드폰의 사용은 너무나 직관적이고 쉬워서,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아무런 안내 책자 없이 사용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잡스만의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여기는 마우스의 부드러운 컨트롤이나 아이콘을 더블클릭하면 인터넷 창이 열리는 것 까지,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의 시작은 잡스의 고집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다소 신기하기도 했다. 또한, 컴퓨터나 핸드폰의 내부를 뜯어보지 못하거나 애플 제품(iOS)에서 다른 소프트웨어와 호환되지 않는 애플의 앤드투앤드 시스템은 많은 컴퓨터 직종 권위자들이 뼈 아픈 실패를 경험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재까지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분명 위대한 인물이다. 여타 다른 성공한 인물, 특히 CEO들과 비교해도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빌 게이츠,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 구글과 래리 페이지… 우리 모두 익히 들어봤고, 친숙한 기업과 사람들이지만 누군가 “이 기업과 이 사람의 연관된 점이 무엇인가요?”라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렵다. 이미 스티브 잡스는 죽었지만, 그가 살아 생전 이륙한 애플의 제품들과 이미지는 그 자신을 대표한다. 그의 어린시절부터 쌓아왔으며, 그의 확고한 고집과 성격에 의해 만들어진 애플의 이른바 “씸플 이즈 더 베스트”라는 디자인 철학. 그리고 제품의 개발부터 디자인까지 그 모든 것을 보여주는 깔끔한 스티브 잡스만의 광고 스타일. 위에 언급한 세 기업과 인물들보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는 더 없이 끈끈하며 어느 한 쪽의 공백을 대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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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값비싼 가격정책도 이해가 간다”

기술과 예술의 절묘하면서도 놀라운 만남. 항상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없던 필자로서는 애플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정책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질줄 모르던 애플 제품군의 위상에 대해 큰 회의감을 가졌다. 단순히 깔끔하고 조금 독특해보이는 디자인에서 그렇게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하지만 진정 예술가라 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법한 잡스의 디자인 철학을 그의 일대기와 함께 깊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면 애플의 제품군은 더 이상 단순히 인간의 편의성을 돕는 ‘기계’라는 범주에서 벗어난다. 새롭게 뜨고 있는 ‘유비쿼터스’ 혹은 ‘IoT’ 등의 개념과 더불어 우리의 일상을 변혁시키는 제품임에 틀림 없다. 더욱이, 한 혁명적인 기업의 영속이 천재적인 개개인의 존재보다 중요하다고 믿은 스티브 잡스는 실제로 세계 1위의 기업이면서 애플이라는 회사가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영속성을 띈, 가히 인류의 도약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데 또한 이의가 없을 법 하다. 여러 혁신적인 개념들이 줄줄히 쏟아져 나오는 현시대에, 애플이라는 기업 하나가, 생전 CEO의 뜻에 따라 인류의 도약에 앞장서고 있다.

2018-10-07

손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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