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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처음으로 가본 회계법인 인턴 면접

지난 6월 부터 한국에 돌아가서 백수로 지내야 하는 1년여의 공백 기간동안 무엇을 할지와 구체적인 계획 등을 짜기 시작했다. 수업이나 직장처럼 매일 고정적으로 가야만 하는 시간표가 없다면 루즈해지는 나 자신을 알기에 회화 학원 혹은 알바를 구하리라고 생각하곤 있었다. 그러던중 싱가폴에서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잠깐 남는 시간 동안 나름 자기소개서를 준비해 보고 취업 사이트를 통해서 한 회계법인의 인턴 자리를 지원해보게 되었다. 큰 희망을 가지진 않았고 또한 인턴 자리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기에 별 기대는 하지 않은 채 한국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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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와 미리 계획해둔 일들을 하고 있던 찰나, 화요일 아침에 인턴 면접을 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면접은 바로 다음 날이였고 전화를 받은 월요일 또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에 준비라고는 늦은 저녁에 면접 복장을 맞춘 것이 전부였다. 사실 싱가폴에서 발표 과제를 할 때 흰 와이셔츠에 구두를 신는 것도 굉장히 어색했는데, 거기다 넥타이에 블레이져까지 하려니 면접을 보기 전 부터 진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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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11시 면접이었기에 넉넉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지는 한국 금융·경제의 본거지인 여의도였다. 인턴을 지원한 후 알게 된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4대 회계법인이 존재하는데 그들의 라이센스를 사용해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4대 회계법인이 존재한다. 개중에서 내가 지원한 곳은 딜로이트(Deloitte)의 한국 지사 격인 안진회계법인. 인턴 자리를 필사적으로 찾기 위해 여러군데 지원한 것이 아니라 이 회계법인에만 지원한 이유가 있을 법 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단순히 드라마의 영향이 컸다. 넷플릭스에 슈츠(suits)라는 미국 드라마를 요즘 즐겨보는데, 뉴욕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로펌, 우리나라로 치자면 법무법인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과장되거나 변형된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매일마다 바쁘지만 신선하게 움직이는 변호사들의 일상이 흥미로웠고, 결정적으론 법무법인과 회계법인과의 비슷한 점이 있지 않을까 하여 (이름도 비슷하니까..) 회계법인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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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40분은 일찍 도착한 여의도의 one IFC. 인터뷰를 보게 될 줄도 몰랐지만, 어찌됐건 공적인 자리에서의 첫 인터뷰라는 사실이 상기되며 슬슬 긴장하기 시작했다.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더욱 더 말끔히 차려입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어줍짢게 사진도 찍고 길을 찾으려니 자연스레 몸이 움츠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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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했던 것보다 더 화려한 건물 외관에 들어오니 한층 더 돋보이는 대리석제 내부 인테리어에 긴장을 풀기는 커녕 바짝 쫄면서 30분을 보냈다. 도착한 후 20분쯤 되니, 누가봐도 나랑 면접을 같이 볼거라고 보여지는 두 명의 지원자가 내 양 옆에 앉아 대기하기 시작했다. 두 분 다 이곳에서 일한다고 해도 이질감이 없어 보이는 복장과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 또 한 차례 위세가 꺾였지만, 애초에 경험을 해보고자 온 것이라는 머리 속에 흐릿해져가는 사실을 되풀이하며 안내하는 곳으로 따라갔다.

일 대 일 혹은 일 대 다수의 면접이었어도 나 자신에게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였는데, 한꺼번에 들어간다는 얘기를 들으니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과 마음 속의 헛웃음이 나오며 그나마 긴장을 조금 푼 채로 면접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명의 면접관과 함께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대략 30분은 넘게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주로 묻던 것은 역시나 각각의 자기소개서 내용에서 기인된 것이었고, 솔직히 진부하다고까지 생각 되었던 공통질문의 경우 한 쪽에서 다른 한 쪽까지 차례로 대답하는 식으로 이어졌다.

처음부터 언급했듯이 ‘경험’을 위한 인터뷰였으므로, 시원하게 떨어졌음에도 기억에 남는다고 밝힐 수 있는 것은 속담 “우물 안 개구리”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필자는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또래보단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나름 초등학교 부터 거의 대학생 자취하듯이 살아왔기 때문에 정글이나 남극에 던져지지 않는 한 모든 것을 해쳐나갈 자신이 있었고, 여러 곳들을 돌아다니며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 또는 친구들을 만나봤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고 평가하던 간에 나의 자존감이나 내 인생에 관한 만족감은 항상 꺾이지 않은 채 무럭무럭 커왔던 것 같다. 어쨋든, 본론으로 들어가면 내가 대기실에서 슬쩍 훑어보며 예상했던 것과 같이 다른 두 지원자의 스펙과 자신감 역시 놀랄 만치 대단했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하며 넌지시 들었던 그 두 지원자의 경력에 내 자존감이 흔들렸다는 것 혹은 내 자신이 한심해졌다는 것이 아닌 우물 밖의 넓은 세상을 본 느낌이다. 비유가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쨋든 한국의 모든 곳을 구석구석 여행한 배낭여행자가 세계 전체에 걸쳐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생각을 넓게하며 탐험해볼 영역이 넓어졌다는 것은 분명 내가 인터뷰를 보기 전 예상했던 경험의 크기보다 훨씬 크고 풍부하다.

마지막으로, 이 회계법인의 인턴 자리를 얻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다른 인턴 프로그램을 찾아보진 않았는데, 분명 나중에 훌륭한 기회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201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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